서양철학사 6주차 8장-르네상스와 레알 폴리틱 후기

Micales
2021-04-15 16:15
453

 

 

이번에 시간에는 레알 폴리틱과 르네상스, 그리고 계몽주의 및 자유주의를 하였다. 아무래도 두 챕터 다 일종의 서양 철학사적 전환기여서, 특히나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재의 기반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     *    *

 언젠가(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훠얼~~~씬 전부터)부터 사람들은 정치를 '쇼'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오죽할까. 정치=쇼, 즉 보여주기 식이라는 공식은 만연하다. 이를테면, 어떤 정치인의 비리가 밝혀진다든가 하면 사람들은 으래 '아이구, 정치인 중에 안 그런 사람 있나....'라는 식으로 대응하고는 한다(오죽 그러면 관련된 영화들까지 나오겠는가). 그래서 그럴까. 정치는 쇼라는 공식과 함께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거짓말에 특화된,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은 정치인의 이미지들이 그러하다.

 이번에 8장, 레알 폴리틱에 대해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레알 폴리틱이란 무엇일까. '레알 폴리틱'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현실(real)정치, 그러니까 현실적인 권력의 관계들만을 고려한, 정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현실"정치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권력을 기존에 결합되어 있던 여러가치와 분리시켜 바라본다. 대표적인 이로는 그 유명한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라고 할 수 있겠다. 마키아벨리가 기존의 정치철학과는 다른 점은 바로 그가 도덕과 신학 등을 단지 정치의 수단으로써만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기존의 중세와 고대 그리스가 정치를 각기 신과 혹은 덕을 실천하는 삶과 연관지어 바라보았다면, 마키아벨리는 오로지 권력의 힘, 즉 역학적 관계만을 바라보고, 도덕과 신학은 단지 신민들을 통치하거나 호감을 얻을 때 쓰는 것으로만 바라보고, 유일한 목적은 권력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고 펼친 이 이론의 중요성은 오로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힘이 진리다, 라는 것과 같은 것들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좋은 삶의 실천도, 도덕도 아닌, 국가의 안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안정은 강력한 컨트롤 타워, 그러니까 강력한 권력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그는 그렇게 안정을 가지기 위해서 군주가 해야할 것들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그를 통상적으로 전제정치의 적극적인 옹호자로 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다. 다시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마키아벨리는 국가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충분히 거짓말(혹은 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듯하다. 그러니까 국가를 하나로 모으고 안정을 가져다 주기 위해서라면, 신민들 앞에서 '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마키아벨리가 현대의 정치인들을 보면 결과만을 놓고 보지 않을까. 하지만 마키아벨리가 주장한 바와는 다르게 어떤 면에서 보면 현재의 우리가 정치인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표상들은 '쇼'를 통해 사익만을 챙기는 모습이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옳지 못한, 혼란만 극대화시키는 반대지점에 서 있는 인물들일 수 도 있겠다.

 군주에게 도덕적 규범 자체는 가치가 없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적과 수단의 구분을 발견할 수 있다. , 목적(안정)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것이다.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어떤 일을 하던,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간에 가져다 주는 결과가 좋다면 그 행위는 좋은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의 도덕성을 두고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찌되었든 간에,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 국가의 안정을 가져다주면 되는 것이다우리는 흔히 한 명의 정치인에 대해서 여러 관점을 나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가 가져다준 것이 결과론적으로는 좋은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폭력으로, 비리들로 점철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정경유착과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비리적이지만 빠르게 성장해온 우리나라로써는 그러한 논란들이 더할 것이다그러나 마키아벨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비리를 통해 성장을 가져오는 경우는 어떻게 고려되어야 할까? 마키아벨리의 관점에서는 이와같은 행위들이 옳은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또한 위의 사익만을 챙기는 정치인들의 표상에 대해서는, 마키아벨리는 기본적으로 권력이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였다는 점을 상기하여야한다. 마키아벨리의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이미 이기적인 인간(역사적 맥락과는 상관 없이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그는 주장했다)이기 때문에 그가 권력의 부패를 당연시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러한 레알 폴리틱을 주장했을까. 우리는 그가 태어난 배경을 바탕으로 추론할 수 있다.마키아벨리가 태어난 당시는 이탈리아가 여러 소국가로 분열되어 서로 갈등관계에 놓여있었으며 실질적인 통합자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혼란스러운 상환 속에서 마키아벨리는 그의 정치철학을 설립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기에 그는 여러가지 부패 상황들에 대한 목격들과 제대로 된 안정에 대한 욕구를 느끼며 그렇게 인간의 이기주의를 설정하고 목적을 수단과 분리시켜 불안정을 해소하고자 하였던 것 아닐까? 다시말해, 마키아벨리 자신이 '현실'을 자각하여 이러한 주장들을 펼친 것이 아닐까? 즉, 마키아벨리의 현실이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을 가지고 우리의 정치에 대한 정당화보다는 그가 왜 이러한 주장을 펼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더욱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마키아벨리의 평전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아마 내가 나도 모르게 마키아벨리에게 꽂힌 모양이다. ...이게 아닌데..^^;;;;

댓글 2
  • 2021-04-15 19:31

    '아...이게 아닌데'가 아닙니다 ㅎㅎㅎ 마키아벨리는 정말 꽂힐 만한 요소가 많은 것 같아요. '현실 정치'라는 개념을 살짝 바꿔서 말해보자면 마키아벨리야 말로 정치를 '현실화'시킨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 합니다. 써주신 것처럼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잘 따라가다보면 '현실 정치'만 남은 듯 보이는 오늘날의 '정치'가 어째서 모두가 다 아는 듯한 그런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 더 잘 보일 것도 같고 반대로, 어떤 부분에서 마키아벨리즘이 속류화 되었는지 살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21-04-18 01:36

    꽂히면 바로 가는겁니다. 원전이 그리 두껍지도 않았고, 내용이 그리 부담스럽지도 않았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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