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삶 세미나> 세번째 시간 후기

달팽이
2020-11-29 18:34
476

지난 주에는 새로운 책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를 멈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부제에서 보여지듯이 지구 차원의 체제를 바꾸는 것에 버금가는 전체적인 변화 없이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실천이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실천들을 폄하하거나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나아가 세계 차원의 총체적인 변화 없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1부 문제의 규모에는 이러한 주장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먼저,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차가워지는 속도가 아주 느린 반면, 따뜻해지는 시기에는  아주 급격히 뜨거워지는데  이미 뜨거워지는 임계점을 향해 가속도가 붙어 달려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 근거들을 근거로 알려줍니다.

따뜻해지는 것이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되먹임과정이 바다, 토양, 빙하 등 지구 모든 곳에서 일어나 기온상승이 급격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산화탄소의 농도와 증가양상을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30년(2008년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나온 책이라 트럼프가 아니라 부시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부시정부가 인도와 중국이 자국 빈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협력할 수 없어서 미국이 노력해봐야 아무 효과가 없으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핑계를 대고 있는데, 그 나라들이 미국이 아니라 유럽의 성장노선을 따른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지 말라고 말합니다.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경제성장으로 가장 혜택을 적게 볼 사람들입니다. 

저자는 희생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낫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나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쓰고 있는 에너지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소비 수준이 상당한 정도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쨌거나 폭염과 폭풍, 홍수와 기아로 인해 가장 힘들어질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결집하고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운동을 건설해야 할지를 생각할 때 희생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2부에서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과학기술은 개발되어 있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없이 세계적 수준에서 정부가 개입하면 기후변화를 막음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투자가 필요하고 최상층부부터 현장노동자까지 모두 기후변화를 막겠다고 마음 먹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차 세계대전을 예로 들면서 그 때처럼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기업을 지휘할 수 있고,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사실에  동의만 한다면 소비의 제한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서 모두가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고 문제를 정부차원에서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이미 청정에너지 기술로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만 있으면 그리 오래 걸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건설관련규제나, 교통관련 규제 등이 있다면 줄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정부를 압박할 정도로 시민사회가 결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주장이 많이 불편했다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정부를 향해 요구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는 것이냐? 또 청정에너지를 현재의 소비수준으로 만들어 내자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소비를 줄이는 방향을 생각하지 않는가?  책을 쓴 지 10년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본다면 이 책의 주장처럼 모두가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것은 아마도 재앙이 더 다가올 때일듯한데 그럼 이미 늦는 것 아닌가? 저자의 주장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등등의 불편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세미나를 기획한 블랙커피는 이런 논점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이 책을 선정하길 잘했다면서 본인도 그런 점들이 불편하면서 또 한편 이런 기후위기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봐야한다고 생각했다는군요. 블랙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지요

개개인이 삶의 철학을 장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그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에 이 책도 어떤 기여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개인적 삶의 근본적 변화는 기후위기를 온 몸으로 웅변하는 증인의 몸짓입니다.

우리는 증인이 되기도 힘겹고 정부주도의 전체적인 체제변화를 어떻게 앞당길 수 있을지 그러려면 뭘해야할지 그것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책의 주장이 조금 편향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얼마나 임박한 문제인지, 얼마나 많은 부분이 동원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해도 냉소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꿋꿋이 할 일을 해나가는 삶의 태도란 어떤 것일지

후기를 쓰며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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