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x함청 힙합세미나 - '지금여기힙합' 두번째날 후기

새은
2020-09-19 01:14
318

 

     2주를 쉬고 오랜만에 힙합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두 번째 만남이고, 오랜만에 만남이기도 해서 어색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업부터 수민씨가 합류하게 되어서 그런지 더 밝은 분위기로 수업이 진행 되었습니다~~

     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 장르에는 무지하고 심지어 힙합에는 고정관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힙합=허세’ 허세 넘치게 멋만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이 하는 장르인줄 알았습니다. 허세만 넘치는 사람들의 장르라 그들의 멋은 멋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허세만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계가 없을 거라는, 그저 단순한 인간들의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지금 여기 힙합’ 이라는 책을 읽을수록 힙합의 문제계는 많고, 요즘 힙한 문제계와 밀접함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

 

이번 수업에서 크게 다루었던 건 페미니즘 문제와 표현의 자유였던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지금시대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문제계인만큼 힙합에서도 아주 큰 문제계였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일 때만해도 페미니즘은 전혀 몰랐는데 말이죠. 바로 그 제가 학창시절일 때! 쇼미더머니에서는 아이돌팀 위너의 송민호라는 래퍼가 한 가사로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됩니다. 이 사건은 쇼미에서 성차별로 비난을 받은 가장 큰 사례라고 합니다. (책이 나온 2017년 기준) 그 전에도 페미니즘 적으로 주목을 받을 발언을 많았을테지만 언더그라운드의 래퍼들의 발언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었죠.

     가사는 조금 많이 충격적입니다. ‘내 앞에선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라는 가산데요.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이 가사를 보면서 조금 더 생각하고 썼어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임팩트를 주기 위함이었겠지만, 입을 벌린다던지, 팔을 벌린다던지. 벌릴 수 있는 건 많은 텐데 굳이 산부인과 이었느냐고 말이죠. 저도 아이 낳는 행위를, 그 고통을 가벼히 여긴 것에,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가사였습니다.

 

     하지만 리스너들이 반박하는 의견은 이렇습니다. 외국힙합은 이것보다 수위가 높은데 왜 한국래퍼에게만 그러느냐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쓰이는 bitch라는 가사를 말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이 단어에 대한 거부감만 있을 뿐 자세히 몰랐습니다. 주로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더군요. 하지만 이 단어가 생길 당시에 흑인여성들이 성 상품화를 통해 생계를 유지 할 수 밖에 없던 사회구조를 완전히 가려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곤 개인의 품성 탓을 하는 것이죠.

     이 단어를 요즘은 여성 래퍼들이 강한 여성이라는 뜻으로 바꾸어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그것조차 거북합니다. 그들이 그런 뜻으로 비치를 쓸수록 사회구조는 완전히 가려버리고 더욱 개인의 품성만이 들어나는 단어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 강인함이 남자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왜 여성래퍼는 강한 이미지로 대처되어야 할까요? 남성래퍼도 약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약하다고 무시하는 자들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있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또 얘기하는 것은 왜 표현의 자유를 막느냐

     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쇼미 방송에서 묵음처리를 함으로써 리스너들의 쾌감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래퍼들에겐 쇼미의 난이도가 올라간 셈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묵음처리 있음과 없음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으로서 강의 들을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묵음이 없는 버전을 먼저 들은 뒤에 묵음 된 버전을 들으니 이해가 단번에 되더군요. 묵음이 있음으로써 답답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묵음이 왜 존재하고, 그 기준을 이해하고, 세상에 단어가 많으니 더 고민해보는 것은 어떤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는 의미가 담긴 단어를 표현할 때, 그것마저 묵음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 인 것 같습니다.

     그 뒤로 블랙넛이라는 래퍼의 과거 ‘mc기형아’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사들이 아주 방탕하더군요~ 아마 성의 역사를 읽지 않았다면 보수적인 저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물론 지금도 그 가사들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

 

     세상에는 많은 래퍼들이 노래를 내며 자신도 모른 체 문제계를 형성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힙합이라는, 래퍼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마이너인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겠죠. 문탁에서 엄청 어려운 책들만 읽다가 제가 요즘 하는 고민과 직접적으로 확 와 닿는 공부를 하게 되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제계들을 계속 눈치 채고 싶다. 눈치를 채고 그것들을 풀어가 보고 싶다. 정말 힙합 평론 글을 써볼까 생각이 듭니다.

 

 

댓글 1
  • 2020-09-22 11:41

    정성스런 후기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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