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이 있었다!(2분기 3회차 후기)

여울아
2020-07-03 14:49
308

 

저자 김시천은 자공이 겸양했기 때문에 공자가 성인이 되었고, 

그가 공자 사후에도 공자학단을 후원했기 때문에 <논어>가 탄생할 수 있었고, 

훗날에는 가(家)를 이루고 유가 학파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지나친 자공 사랑 아닐까 싶었지만,

자공에 관해서는(안회와 달리) <논어>를 주로 근거로 하기 때문에

내게 더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그는 어떻게 유가의 설계자가 되었을까?

 

첫째 자공의 겸양이다.

공자 사후 주변에서 그는 공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고, 

공자를 헐뜯는 얘기도 돌기 시작했다. 이 때 자공은  "그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적다."

할 정도로 공자는 급이 다른 인물이라고 여러차례 겸양한다.  

노나라대부 숙손무숙, 공자의 제자이자 사후 자공 제자로 추정되는 자금과의 일화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저자 김시천은 이것을 근거로

<논어>가 증삼과 유약 등의 학자들 중심으로 편찬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논어> 전반에 걸친 자공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평가다.

 

둘째 자공의 후원이다. 

공자 살아 생전 천하 주유가 자공의 실크로드에서 비롯(후원)된 것 아니냐는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여기서는 <논어>양화편 19장 일화를 통해 자공이 공자를 기록하는 일에 선두주자였다고 추측한다. 

공자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그러면, 저희가 무엇을 기록하겠느냐?"는 자공의 대답으로부터 근거한다.

글로든 구전으로든 이미 공자 어록은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는 것. 오호~ 뛰어난 추리력이다. 

끊임 없이 잘 난 친구(안회)와 자신을 비교하고, "네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나 듣는 얼뜨기 제자로 생각했는데,

공자 말년과 사후의 일화에서 자공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비교적 잘 추적해내고 있다. 

 

셋째 자공의 센스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고은이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고은이는 자공과 공자와의 대화에서 다른 제자들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자로는 공자에게 직언하는 제자, 안회는 아낌을 받는 제자, 자공은?

그는 공자가 가슴에 품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잘 질문하는 제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자가 "팔아야지 팔아야지..."하며 그의 강렬한 정치가로서의 소망을 엿볼 수 있었고, 

공자의 일이관지가 "서(恕)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 공자학단에서 자공의 역할을 경제적 후원자로 한정하기엔

<논어>에서 발견되는 그의 자취가 전방위적이다. 

저자가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가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논어>속 일화들이 전하는 의미들이 훨씬 더 명료해진다. 

다만, 안회를 <장자>에 근거하거나 재아가 삼년상에 반대하며

일년 주기설을 펼친 것을 천도사상으로 보는 것 등은 여전히 단편적으로 느껴진다!!

 

댓글 2
  • 2020-07-04 09:51

    동의의 여부를 떠나 저자가 자신의 논리로 펼쳐나가는 제자 이야기들이 재밌어지네요.
    그래서인지 논어를 읽을 때 공자의 대답보다는 질문에 눈길이 더 갑니다.
    예전엔 공자님이 무슨 말씀을 하셨나, 뭐라고 대답하셨나 하는 것에만 집중을 했는데,
    이번엔 제자들의 기질과 질문 내용을 생각하면서 읽게 되네요.
    역시 논어는 참 재밌는 책이예요.

  • 2020-07-06 14:18

    이 책을 읽고나니 제자들을 공자 사상의 조립품(캐릭터)처럼 여겼던 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그들도 완전한 인격체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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