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인문약방 / 11회> 현대판 만병통치약, 진통제

둥글레
2020-05-21 12:36
523

[둥글레의 인문약방 / 11화]

 

 

현대판 만병통치약, 진통제

 

 

첫 직장인 종합병원에 다닐 때 동기 중 한 명이 웬만하면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해서 속으로 비난한 적이 있다. ‘아니 약학을 공부한 사람이 자신이 공부한 학문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왜 아픈데 참지?’ 난 이해할 수 없었고 되려 그녀가 무식? 해 보였다. 생리통이나 두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는 진통제를 먹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은 “약은 독이다”라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참내! 그렇지 원래 약은 독이 될 수 있으니 잘 쓰여야 하는 거고 그래서 약학이 있는 거야!!!’ 속으로 외쳤다.
그러던 내가 최근 1~2년 동안 소염진통제를 한 알도 삼키지 않았다. 소염진통제는 감기 초기, 인후염, 염좌나 근육염 등 각종 염증과 두통, 치통, 생리통 등 각종 통증에 효과가 있고 활용도가 높아 약국에서 많이 팔리는 약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쉽게 또 자주 먹었던 약인데도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약 2년 전 독감 후 기관지염이 심하게 와서 병원들을 전전하다 너무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되었다. 그 해 여름부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더니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그 양상도 대단했다. 엄청나게 가려웠고 긁으면 어마어마한 크기로 합해졌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두드러기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방과 양방을 함께 공부한 나로서는 간에 무리가 온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양의 약을 먹어서 몸에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단식을 했고 혈을 보충해주는 사물탕과 간에 영양을 주는 실리마린 제제를 복용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들은 간에서 대사를 받기 때문에 다른 약들은 모두 끊었다.
더 들여다 보니 내가 간과한 게 또 있었다. 바로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이다. 늘 인지하고 있던 부작용 이외에 문제시되는 부작용이 더 있었다. 다른 약들에 비해 소염진통제에 관대했던 나의 태도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일상을 양보하기 싫어서 작은 ‘아픔’도 수용하지 못하고, 사소한 부작용을 무시하며 약을 먹었던 내가 보였다.

 

 

통증과 진통의 메커니즘

통증은 왜 생길까? 가령 칼에 손이 베이면 피가 난다. 지혈도 해야 하고 또 상처를 통해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몸에 일어난 위험한 사태를 뇌에 전달하기 위해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식은 통증이라는 확실하고 강한 감각이다. 상처 부위에서 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 히스타민, 세로토닌 등의 화학 물질 들이 나와서 통각 섬유를 활성화시키고 신경 말단에서 뇌까지 통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이 물질들은 통증뿐만 아니라 발열이나 가려움 또는 염증을 일으킨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고 있는 진통제는 통증, 염증 그리고 발열에 주로 관여하고 있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여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을 나타낸다.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은 소염작용은 미미해서 해열진통제라고 부른다. 부루펜이나 아스피린으로 대표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엔세이즈, NSAIDs)1는 진통, 소염, 해열 작용이 모두 있어서 일반적으로 소염진통제로 부른다.

 

 

 


해열진통제나 소염진통제로 듣지 않는 통증, 특히 암에 의한 통증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하여 통증을 줄인다.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를 오피오이드계 진통제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약물은 아편이고, 아편 추출물로는 모르핀이 유명하다. 추출물 이외에도 반합성 오피오이드 약물과 합성 오피오이드 약물이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비마약성 진통제보다 효과가 크다. 모르핀의 진통 효과가 아스피린의 300배 이상이다. 이 외에도 여러 신경전달물질과 관계된 약들이 통증에 다양하게 쓰인다.

 

 

늘 작용 중인 부작용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 변비, 호흡곤란, 구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할 수 없기도 하고 정부에서도 관리하고 있어서 주의만 기울인다면 큰 걱정은 없다. 문제는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이다. 이 약들은 사람들이 언제든 손쉽게 복용할 수 있고, 의사와 약사가 많이 처방하고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작용이 간과되기 쉽고 사람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치료 용량에서도 몸에 주는 악영향이 클 수 있다.
타이레놀의 가장 큰 부작용은 간독성이다. 타이레놀은 두 번에 거쳐 간에서 대사가 되어야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과량 복용시 1차 대사산물2을 처리할 항산화물질(글루타치온)이 부족하게 되어 간세포를 파괴한다. 타이레놀 이알(ER)은 8시간 동안 일정한 양의 약물이 방출되어 흡수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8시간이 지나기 전에 복용하면 약 용량이 중복되어서, 또 약을 쪼개서 복용하면 일시에 고용량이 흡수되어서 간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 유럽에서는 이 제제를 판매중지했다.
한 번은 근처 이비인후과 의사가 이 약을 2알씩 하루 3번으로 처방을 했고 나는 꼭 8시간마다 먹어야 한다고 복약지도를 했다. 그런데 그 의사에게서 전화가 와서 환자 편의를 위해 복용법을 매 식후 30분으로 지도해달라는 것이었다. 어이상실의 상황. 편의를 봐줄 게 따로 있지. 내가 그 전화를 받았다면 아마도 큰 소리로 싸웠을지도 모른다. 일정한 효능을 위한 제형의 개선이지만 전체 판매량을 늘리려는 목적도 다분한 제약회사의 제제 설계도 문제고,3 약의 메커니즘이나 체내 동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의사도 문제다. 과량 복용의 위험과 함께 부작용의 위험도 크지만 타이레놀 이알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판매 중이다.

 


한편 소염진통제는 내장 점막을 형성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까지 억제하기 때문에 위장 장애나 장누수 증후군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 약들을 장기적으로 먹어야 하는 만성통증 환자나 관절염 환자의 경우는 거의 이 부작용을 막을 수 없어서 장점막을 재생하는 위장약이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부작용이 없는 소염진통제가 개발되었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처음 개발되었던 약은 리콜이 되었다. 한 가지 부작용은 줄였지만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얻은 이 계열의 약은 상업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가치는 만들면 된다. 위장 장애가 없다는 선전과 함께 좀 더 개선된 같은 계열의 약은 높은 빈도로 처방되고 있다.
해열진통제 및 소염진통제의 공통적인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혈소판 감소, 용혈성 빈혈 등 혈액에 대한 것이다. 적혈구가 파괴되면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고 세포의 생성이나 세포의 대사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는 지혈이 안 될 수 있어서 수술 전에는 약을 일정기간 끊어야 한다. 한방의 원리로 보면, 이러한 부작용은 혈을 묽게 만들어 열을 만들고 혈을 저장하는 간의 열을 올린다. 게다가 이 약들을 대사 하느라 간에 안 좋은 영향이 추가된다. 서두에 말한 내 몸에 나타난 부작용이 바로 간열로 인한 두드러기였다. 이러한 혈에 대한 부작용이 가장 나쁘게 나타나는 경우가 혈구에 문제가 생기는 백혈병이다.

 

 

만병통치약이 되어가는 진통제

이런 부작용들에도 불구하고 진통제의 개발과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자구책은 기존 약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흡수율이 개선된 제품에서부터 다른 약물과 혼합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린다.
특히 ‘트라마돌’이라는 진통제는 마치 오래된 노래의 차트 역주행처럼 최근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트라마돌은 합성 오피오이드 약물로 마약성 진통제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고 있다. 아주 심한 통증에 사용하게 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손목이 아프다며 병원에 간 친구가 받아온 처방전에는 트라마돌 제제와 소염진통제가 버젓이 함께 적혀 있었다. 친구의 증상은 심하지 않았고 그래서 처방 일수는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된 것이다. 내가 약사 면허를 받은 1995년만 해도 이 성분의 제품은 내 기억으로 한두 개였다. 2020년 현재 허가가 된 제품의 수가 단일 성분으로 62개, 복합제제로는 297개에 달한다.
트라마돌과 다른 진통제를 병용하면 그 효과는 그야말로 신통방통한 수준일 것이다. 게다가 트라마돌은 항우울 효과까지 있으니 환자들의 기분마저 좋게 만든다. 그럼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약이 가져온 중독은 어쩔 것인가? 이 약을 끊게 되었을 때 금단증상은? 오히려 기분이 전보다 훨씬 다운되고 통증은 더해질 것이다. 트라마돌 성분의 특정 상품의 약만 듣는다는 환자가 그 약 이름을 의사에게 가져가서 약통째로 처방받는 경우를 봤다. 이 환자는 이미 이 약에 중독되었다. 이 약 없이 살기 힘들 것이다.

 

<2014-2019 부작용 보고: 단일제제로 총 4만4140건, 복합제제로 총 3만573건>


진통제는 의사나 약사를 만능으로 만들어 주는 약일지도 모르겠다. 이 약들의 효과에서 그들의 권위가 나온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어딘가에 통증이 있으면 우리는 병원이나 약국에 간다. 하지만 통증은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한 여러 작용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추운 곳에 있을 땐 체온 유지를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혈관이 수축하고 땀구멍이 조여진다. 다시 따뜻한 곳으로 오면 부교감신경이 흥분하여 혈관이 느슨해지고 땀구멍도 열린다. 이때 세포막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져 열이 오르거나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대신 넓어진 혈관을 통해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몸 구석구석에 있는 세포들에게 산소와 영양 공급이 다시 되고 피부를 통한 열 배출도 원활해진다. 이때 해열진통제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다시 혈관이 수축되고 자연스러운 열 배출이 안되면서 세포들이 손상될 수 있다.
어느 사이 우리는 열이 조금만 나도, 통증이 조금만 있어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몸이 항상성을 찾아갈 때 나타나는 반응일 때도 이를 몸의 이상으로 여기게 된 것은 현대 의학이 만들어낸 표상이기도 하다. 감기나 이비인후과 질환, 정형외과나 치과 질환 등의 처방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소염진통제나 해열진통제가 빠지지 않는다. 약사들도 통증이나 초기 감기에 소염진통제를 많이 사용한다.
‘통증’ 또는 ‘아픔’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기본적으로 참지 않는 것이다. 몸은 이 ‘통증’을 자연스러운 현상 가운데 하나로 포함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태도가 진통제를 만병통치약으로 만들었고, 처방권과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와 약사들을 능력자로 만들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 스스로는 무능력자가 되어 간다.

 

느리지만 덜어내는 치료

최근 코로나 사태 하에서 생활 방역의 첫 번째 지침이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이다. 난 무엇보다 이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이 말은 우리가 아파도 출근하고 학교를 가는 등 일상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음을 역으로 알려준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고용구조나 숨 쉴 틈 없는 학사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개인적인 일상이라고 뭐가 다르겠는가. 아플 틈이 없다. 틈 없는 삶에 통증은 생각할 여지없이 방해꾼이다. 사람들은 병원에서도 약국에서도 독한 약을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빨리 안 나으면 실력 없는 의사, 약사가 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나 약사는 부작용에 대한 고려보다는 효과가 빨리 날 수 있게 약을 주려고 한다. 세상과 삶과 의료의 속도는 함께 간다. 과속에는 사고의 위험도 커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난 2년간 진통제 한 알 먹지 않으면서 몸을 관찰한 결과, 느리지만 좀 쉬고 과식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보존해 주면 감기나 두통 등은 곧잘 나았다. 증상이 지속될 땐 한방 제제를 복용했다. 너무 피곤하면 쌍화탕을 먹어서 기와 혈을 보충해 주었고, 감기엔 갈근탕이나 패독산을 먹었다. 나의 경우 천식이라는 기저 질환 때문에 가벼운 감기에도 기관지염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기침에 관련된 한방 제제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은 꼭 필요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에 걸쳐 증상이 지속되었다. 증상이 지속될 때는 생활 속에서 조절할 건 조절했고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했다.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동료처럼 무조건 참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약은 먹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생활과 몸을 두루 살피며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런 말을 모두에게 똑같이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한 택배기사가 등 쪽 근육이 아프다고 약국에 왔다. 그는 진통제를 먹을 때만 괜찮고 약을 끊으면 통증이 또 생긴다고 했다. 계속 무리하게 근육을 쓰고 있는 상황의 개선 없이는 통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생업을 포기하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난 진통제 복용보다는 진통제가 함유된 파스 위주로 사용하라고 할 수밖엔 없었다.
약국에서는 늘 이런 딜레마가 따라다닌다. 내 몸에 대한 접근과 환자들의 몸에 대한 접근이 늘 똑같을 수만은 없는 이 이중생활에 괴로울 때가 많다. 이 약만 주면 기다리지 못하고 효과 없다는 볼멘소리가 날 것 같은데 어쩌지? 소염진통제를 같이 주면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날 텐데 같이 줄까? 몇 초 안 되는 순간에 내 손이 약 진열대 사이를 방황한다. 그렇다고 한쪽 눈을 마냥 감고 있을 수만도 없다. 최근에 난 작은 결심을 했다. “효과는 좀 더디더라도 이 약만 드셔 보실래요?” “너무 많이 아파하시니까 진통제를 같이 드리는 데, 좀 나아지면 진통제는 끊으세요.”라고 말해 보고 있다.

 

 

주석)

  1. NSAIDs(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는 이부프로펜,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 인도메타신, 나프록센, 메페남산 등 종류가 다양하다. NSAIDs보다 강력한 소염제는 스테로이드 약물이다.

  2. N-acetyl P-benzoquinoneimine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

  3. 타이레놀 이알(ER)은 한 알에 650mg 따라서 24시간에 총 3900mg을 복용하게 되므로 기존의 500mg을 세 번 복용하는 것에 비하면 판매량이 2 배를 넘는다. ER은 Extended Release의 약자로 서서히 방출되는 제제(서방형 제제)라는 뜻이다.

 

글 : 둥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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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댓글 4
  • 2020-05-21 16:30

    이약과 저 약을 복용하는 것 사이의 차이, 약을 복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았을 때, 내가 감수해야 될 것들. 그런 것들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어쩌다 의사한테 그런 말을 하게되면 면박을 당하기 쉽죠. 난 이런 사이의 진실이 항상 궁금해요. 내가 어쩌다 약국에 가서 둥글레님의 제안을 받으면, 참 믿음이 가는 약사님이시구나~ 하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네요.

  • 2020-05-22 10:34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게 필요한것 같아요. 우린 너무 조급하고 너무 안달하는 게 아닌지~~

  • 2020-05-22 15:39

    그러게요. 좀 기다려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걸 아깝다고 생각하고 진통제를 휘리릭~ 먹어버리네요...

  • 2020-05-24 09:46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통증의 징후... 기억해야겠네요^^

봄날의 주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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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의 독서가 테크트리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우현 2024.04.09 |
조회 20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띠우 2024.03.31 |
조회 194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91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두루미 2024.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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