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양생이다> 1회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기린
2020-05-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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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명하기엔 애매한

 

  나는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나이는 오십이 넘었는데 시집도 못 갔지 안정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문탁에서 학생들과 수업도 한다는 얘기로 미루어 예전에 다녔던 학원 같은데 이겠거니 생각하신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어머니는 학원에서 월급은 주냐고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다. 학원이 아니라 공동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어머니는 뭐래니 라는 표정이다. 어머니뿐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족은 물론 주변 친구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참 애매하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문을 통해 소개되는 공동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읽었고 그와 관련한 책도 꾸준히 사서 읽었다. 새해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릴 때 소개된 공동체 방문해보기가 빠지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살자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럴 때 떠올린 공동체의 상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간다는 정도였다. 책을 통해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을 때는 ‘그런’ 공동체를 실제로 경험해 본다는 생각에 좀 설렜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만나는 사람들도 맞닥뜨리는 상황들도 낯설어 좌충우돌하기 일쑤였다. 처음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익숙해지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내가 그렸던 ‘그런’ 공동체의 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뜻이 맞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래서 공동체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살아갈수록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을 허물고 다시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무리 익혀도 상황이 달라지면 또 헤맨다. 이 글은 그렇게 헤매면서도 여전히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다.

 

2. 게을러터지다

 

 나는 이십 대 대부분을 백수로 살았다.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고 교육원을 들락거렸고 작품공모 마감일 맞춘답시고 많은 것을 미루며 보냈다. 그렇게 쓴 글들이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만두지도 못하고 계속 하지도 않는 시간만 죽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직업을 구했다. 학원 강사 일이었다. 경력이 없던 터라 영세한 학원에서나 나를 써주었다. 그마저도 수업을 못하네 성적이 안 오르네 등의 이유로 맡았던 반이 없어지고 잘렸던 적도 있었다. 연이은 탈락의 경험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할 수없이 종목을 바꾸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취향을 살린 독서 논술이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성적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았다. 잘 해서 바닥을 치고 있던 자존감도 끌어올리고 싶었다. 기대에 차서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에 불과했다. 독서는 나의 취향일 뿐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강제였다. 부모의 닦달에 억지로 읽어 온 내용으로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독서논술 수업부터 정리했다. 현실은 기대에 찬 내 마음 따위 안중에 없었다.

 

 그래도 달이 차면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결혼도 못하면서 뭐 해 먹고 살 거냐 걱정을 끊이질 않는 어머니에게 할 말도 필요했다. “학원 잘 다니고 있어요.” 그렇게 마지못해 하는 사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요령도 하나 둘 늘어갔다.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다그치기 전에 읽고 싶게 하는 기술을 발명했다. 책에 나온 내용을 직접 따라해 보고 그 경험을 표현해 보자고 했다. 그러느라 계절을 느끼기 위해 학원 주변 동네를 싸다니고 수업 시간에 오미자를 담그기도 했다. 방학 중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볼만한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그런 활동의 경험을 살려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맡은 수업이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점점 잦아졌다. 내 딴에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문리가 트이도록 공을 들였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힘이 빠졌다. 선생님의 뜻은 알겠는데 아이가 너무 하기 싫어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그만하겠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나중에는 재미라는 말만 들어도 울화가 치밀었다. 같은 책으로 수업하면서 나날이 수업 반을 늘려가는 동료를 시기질투 하는 내 자신도 한심했다. 그렇게 나의 한계와 직면하면서 때려치우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은 흘러갔다.

 

 수업이 줄어드는 만큼 학원에 안 나가는 날이 늘어났다. 다시 드라마라도 쓰겠다며 트렌드를 분석한다고 온갖 드라마를 섭렵하다가 새벽녘에 자고 오후에 일어나기 일쑤였다. 드라마 편수만큼 맥주 캔을 해치우며 안 그래도 뚱뚱한 몸이 나날이 불어갔다. 그즈음 한 웹사이트에 회원가입하면서 지은 별명이 ‘게으르니’였다. 너무 게을러터져서 살고 싶은 의욕까지 바닥을 칠 즈음 우연히 문탁을 알게 되었다.

 

 

 

3. 백일 수행 프로젝트

 

 예전부터 고미숙샘의 책을 즐겨 읽었는데 문탁도 그의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화로 문의를 했더니 『논어』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 와서 보니 문탁샘이 튜터로 진행하는 앎삶세미나 였다. 텃밭울력이 있다는 공지를 보고 텃밭에도 가보고 등산동아리를 따라 광교산 등산도 시작했다. 등산길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나의 일상도 밝히게 되었다. 문탁샘은 그렇게 밤늦게까지 깨어 있으니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셨다. 그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매일 아침 문탁에 나와서 청소하고 공부하는 ‘불목하니’를 백일 동안 해보라고 제안하셨다. 솔깃했다. 뭐가 됐든 지금보다야 낫겠지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일 수행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아침 여덟시에 문탁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밤새 가라앉은 눅진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온갖 창을 열어젖히고 청소기부터 찾았다. 대강의실 구석 음향기기의 전선들이 온통 엉겨있는 곳을 요리조리 피해 청소기를 돌렸다. 이층 까페와 OA실, 공부방, 주방까지 쓸고 닦고 나서 화장실을 끝으로 청소가 끝났다.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하다보니 점점 안 보이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강의실 바닥에 엉겨 있는 전선들을 가닥가닥 정리해서 보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일, 창문 난간 쪽에 너덜대는 시트지를 정리하고 순간접착제로 마감하기, 주방에 말려둔 온갖 식기와 조리도구들을 제자리에 수납하기까지. 매일 쓸고 닦아서 쌓이는 먼지가 줄어드는 만큼 공간 전체를 정리하는 손품은 늘어났다. 언젠가는 화장실 하수구가 막혀 물이 안 빠지는 걸 뚫느라 쩔쩔매기도 했다. 백일이 거의 끝나가던 즈음 어느 날 아침에는 도어락이 작동하지 않았다. 출입구에 붙은 광고스티커를 보고 열쇠아저씨를 불렀더니 십초 만에 해결해주셨다. 그즈음 문을 열 때마다 삑삑댔는데 그게 건전지교체 신호라는 걸 몰랐다. 불목하니로 시작해 출입구 도어락의 상태까지 살필 줄 아는 신체가 되고나니 백일 수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문탁샘이 홈피에 나의 수행을 알린 탓에 세미나를 하러 와서 나와 마주친 이들은 여지없이 “아... 게으르니님이군요?” 라며 반가워했다. 백일 동안 아무도 없을 때 조용히 청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이가 나를 보고 반색을 하는데 대략 난감이었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제 몸 하나 주체하지 못해서 이런 모습을 보이나 싶어서 무척 창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도저히 저 무기력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었다. 할 수없이 창피함을 꾹꾹 눌러가며 어색한 웃음을 짓곤 했다. 차츰차츰 시간이 흐르자 창피함도 많이 줄어들고 담백하게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는 처음 보는 이가 내미는 선물도 기꺼이 받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도 문탁에 처음 와서 천연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한 자누리였다^^.

 

 어머니는 늘 나의 게으름이 문제라고 걱정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있는 대로 짜증을 부려서 어머니의 다음 말문을 막아버렸다.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게으름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가족에게 도움을 구할 수는 없었다. 물리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이제 가족은 내게 너무 ‘멀어진’ 사이였다. 드문드문 서로의 안부를 묻는 친구들에게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자니 계면쩍었다. 그랬던 내가 주말과 공휴일까지 포함 꼬박 백일을 매일 아침 여덟시에 나와서 공간을 청소하는 부지런을 수행해 내다니. 점점 백일 수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기라면 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공동체에 쑤욱 들어섰다.

 

4. 나는 공동체로 출근한다

 

 백일 수행이 끝나갈 즈음이 되자 만나는 사람들도 모르는 얼굴보다 아는 얼굴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수행을 열심히 하는데 별명을 부지런이로 바꾸라는 농담도 편하게 주고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나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백일만 하고 그만 할 거야?” 당시 나의 고민도 그거였다. 열심히 쓸고 닦다가 백일이 되었으니까 이제 끝? 이러면 되나. 절에서는 행자 생활이 끝나면 계를 받는다든가 하는 의례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절도 아니고 공동체에서는 어떻게 하는 건가.

 

 나의 고민을 들은 문탁샘은 이렇게 말했다. “백일 되면 끝내야지. 청소당번 있잖아.” 그동안 이 공간을 운영하는 회원들이 당번을 정해서 청소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 기약 없이 계속 청소를 해야 한다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점점 부담이 되어가던 차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동체에서 그런 방식으로 일을 맡지 않는데 그 때는 그걸 몰랐다. 그저 문탁샘의 말을 듣고 끝내도 되는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백일 수행이 열흘 남짓 남았을 즈음 문탁샘은 홈피에 백일 쫑파티를 하자는 제안을 올렸다. 당시 주방지기였던 콩세알이 특별식을 하겠다고 나섰고 다른 친구들도 축하 선물을 챙겨오겠다는 댓글을 보면서. 또 창피했다. 공동체에서는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구나. 절집의 행자처럼 계를 받는 의식은 없었지만, 친구들의 박수소리에 둘러싸여서 한 개의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자르고 나서 백일 수행프로젝트를 끝냈다.

 

 

 쫑파티가 끝난 후 문탁샘이 올린 후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100일 전 게으르니가 발심했습니다. 다르게 살고 싶다!! 일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는 습관부터 바꾸기로 했습니다. 하여, 시작된 게으르니의 100일 프로젝트!! 드뎌 오늘 100일째가 되었습니다.” 게을러터진 습관부터 바꿔보자고 시작한 수행이었다. 그렇게 일상을 바꾸기 시작하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학원에 나가는 요일도 점점 줄어 공동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으니 확실히 다른 일상이 펼쳐졌다. 그렇게 나는 공동체로 출근하게 되었다.

댓글 21
  • 2020-05-13 09:37

    기린샘의 듬성듬성 성글게 알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펴쳐지는군요.
    다음 이야기 기다려집니다~~~^^궁금

  • 2020-05-13 10:17

    게으르니가 기린이 되기까지 이야기!
    문탁 초창기의 몰랐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도
    살짝 들을 수 있을 거 같네요~ ^^

  • 2020-05-13 10:59

    전 게으르니 샘을 잠깐 만나고 쭉~~기린샘을 만나고있는데, 이렇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니 흥미진진하네요~~다음 이야기 기대할게요~~^^

  • 2020-05-13 16:14

    아 매주 산을 같이 가면서도 이제야 게으르니-기린의 이야기를 알게 되네요^^ 뭔가 글을 읽고 나니 더 친해진듯한^^

  • 2020-05-14 12:14

    한창 젊은 게으르니가 활짝 웃고있으니 새삼 반갑네 ㅎ
    그대의 공동체생활을 보면서 나도 한번 돌아보리다^^

  • 2020-05-14 12:18

    문탁 오기 전, 2-30대의 게으르니샘이 눈에 그려집니다 ^^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 2020-05-14 12:19

    짝짝~ 재밌습니다. 기린 인생극장 될 듯하네요~

  • 2020-05-14 12:50

    이 글을 통해 제가 선생님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요!
    기대됩니다~

  • 2020-05-14 13:27

    게으르니에서 기린으로의 스토리 흥미진진한데요^^

  • 2020-05-14 13:42

    내가 아는건 게으르니라...ㅎㅎ
    전 기린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문탁에 100일 수행하러 날마다 일찍와서 청소하던 그때 모습이 선하네요.
    그래도그렇지 시간 귀할 사람이 청소를 수행으로 하다니!
    존경스러웠어요.
    난 절대 선택하지않을 수행이었기에^^
    100일 쫑파티를 진심 축하해주고 싶었답니다.
    지금은 공동체로 출근하는 기린...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네요^^

  • 2020-05-14 14:10

    파지에 들어서면 늘 반가운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제가 엄청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도 이렇게 저렇게 알려주시는 기린샘~
    공동체가 양생임을 몸소 실천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홧팅~~
    앞으로는 쫌 덜 귀찮게 할게요 ㅎㅎ

  • 2020-05-14 14:21

    문탁에 들어서면 항상 밝게 인사해주시는 기린샘의
    밝은 인사가 그냥 밝은 인사가 아니었군용~
    문탁네트워크의 주모같으신 분이 ~ 문탁 새내기때의 이야기라~ 재밌네용!
    기린샘을 좀 더 잘 알게 된 느낌? ㅎㅅㅎ

  • 2020-05-14 15:02

    게으르니샘이 기린??
    난 어색하지만~^^
    동지적 공감과 팬심으로 읽었어요~^^

  • 2020-05-14 15:16

    아이구나..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시니 다음 글이 벌써 걱정이 되네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0-05-14 16:28

    되게 웃긴게 이때는 말한마디 나눠본적 없는 게으르니님 옆에옆에서 제가 웃고 있어요...
    공동체에는 관심도 그다지 없었고 일본어만 하러 다니던 때였네요. 월요일이었죠ㅋ
    그런데 이 일은 저에게도 기억에 남는 일로 있답니다.
    단지 게으르니님이어서가 아니라 이러한 쫑파티가 있구나 싶은...
    그랬던 우리가 이제는 웃자고 덤비는 사이가 되었네요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또 웃자고 덤비게 다음글 기다릴게요... 흐흐흐

  • 2020-05-14 17:05

    많은 댓글에서 문탁인들의 기린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재밌고 다음이 막~~~~기대되요^^

  • 2020-05-14 21:13

    기린샘의 첫 이미지가 저에게는 주학의 선생님으로 각인되었었는데,
    작년부터는 새은이말대로 '문탁의 주모'로 느껴집니다요. ㅎㅎ

    "주모~~~~여기 걸죽한 국밥하나 말아주고, 막걸리 추가요~~"

    2탄을 기다리며.......

  • 2020-05-14 21:35

    맞아요. 주학의 선생님, 문탁의 주모, 텃밭지기,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웹진 기자,
    다시 돌아온 등산동아리 열성회원 등등 기린의 스펙이 빵빵하네요^^

  • 2020-05-16 00:59

    게으르니샘을 한동안은 일부러 기린샘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것도 같다.
    백일수행처럼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게으르니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으르게가그린그런기린그림이야기가 궁금하다.

  • 2020-06-04 16:51

    저도 게으르니샘이 익숙해서 기린샘이라고 잘 불러지지 않던데.ㅎㅎ 이야기 재밌어요. 기린샘 스토리 궁금합니다. 기대할께요^^

  • 2020-06-13 07:23

    게으르니...
    이동네 이사온 2014년에 문탁 요가반에 잠시 나갔을때 별명을 듣고 웃음을 지었던 생각이 납니다.
    쌤이랑우리 둘째딸과 겹치는 모습은 왜일까요...ㅎㅎ
    오랜만에 뵈었을때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었지요.
    와~
    정말 살이 빠지니 사람이 달라져 보였습니다.
    이젠 "기린쌤".

    별명이 바뀐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쌤의 솔직한 이야기가 애잔하면서도 내안의 게으름이 어떻게 변신했는지 스치기도 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낳고 날마다 먹고 먹여 살려야하기에 동동대던 시절이 게으름을 물리치게 했었나?
    혼자 살았더면 나도 게으름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것 같네요.
    쌤의 100일 수행이 100일 만에 끝난게 난 결혼이라는 수행으로 끝이 없나봅니다...
    쌤의 글을 보면 댓글을 안달 수 없네요.

    기린쌤 홧팅!!!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세 번째 영화는 <아들>(2002)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차례 아들 Le Fils | 드라마/미스터리 | 벨기에, 프랑스 | 102분 | 2002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인 ‘인트로’는 그 영화의 첫인상이자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어떤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위로 건조하게 제작자,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 등이 보였다 사라진다. 마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생각나는 ‘인트로’를 보고 있으니 ‘아, 이번 영화도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는 느낌이 팍팍 든다. 다르덴 형제의 이름과 영화의 원어제목 ‘Le Fils’이 사라지면, 카메라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 흔들리는 ‘형상’이 바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했다)의 ‘등’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트로’처럼 영화는 대부분 올리비에의 ‘등과 뒷모습’을 시종일관 따라다닐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르덴 형제는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로 유명하다. 이유는 영화가 배우들의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동선을 구성해보고, 몇 가지...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세 번째 영화는 <아들>(2002)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차례 아들 Le Fils | 드라마/미스터리 | 벨기에, 프랑스 | 102분 | 2002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인 ‘인트로’는 그 영화의 첫인상이자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어떤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위로 건조하게 제작자,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 등이 보였다 사라진다. 마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생각나는 ‘인트로’를 보고 있으니 ‘아, 이번 영화도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는 느낌이 팍팍 든다. 다르덴 형제의 이름과 영화의 원어제목 ‘Le Fils’이 사라지면, 카메라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 흔들리는 ‘형상’이 바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했다)의 ‘등’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트로’처럼 영화는 대부분 올리비에의 ‘등과 뒷모습’을 시종일관 따라다닐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르덴 형제는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로 유명하다. 이유는 영화가 배우들의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동선을 구성해보고, 몇 가지...
청량리 2024.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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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의 독서가 테크트리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우현 2024.04.09 |
조회 16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띠우 2024.03.31 |
조회 157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66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두루미 2024.03.26 |
조회 151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청량리 2024.03.20 |
조회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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