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필통정기상영후기> 네 멋대로 해라

띠우
2020-03-31 12:05
383

올해 첫 필름이다 정기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공식적인 홍보는 없었지만, 너무 많이 오면 어쩌나... 하는 말을 누군가에게 했습니다
그러나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널찍하게 떨어져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점프 컷 장면, 갑자기 카메라를 바라보는 미셸)

 

올해 첫 번째 영화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발견한 건, 두 사람 사이의 대화가 지루할 정도로 길 때 그 대화의 중간 부분을 잘라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번 시도해봤더니 그 효과가 놀라웠다. 그래서 영화 전체를 통해 이 방식을 사용했다.”

최종 편집본이 4시간이 넘자, 고다르는 장 피에르 멜빌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멜빌은 액션속도를 방해하는 모든 장면을 잘라내라고 충고했고, 고다르는 씬별로 필요없는 부분들을 걷어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툭툭 끊기는 듯한 편집, 그 유명한 점프 컷이 탄생하게 되지요.

그러나 이후 고다르는 점프 컷을 자주 쓰지는 않았다고 해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 의해 하나의 기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툭 툭 끊어지는 장면의 연결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난잡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에 대한 ‘혁신적인 영화형식’이라든가 ‘세계를 놀라게 한 영화기법의 교과서’라는 평가는 영화사상 최초의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정성일 평론가의 극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형식과 기법의 한계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실험이었으나 지난 60년 동안 이미 많은 영화들 속에서 봐왔던 터라 더 이상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자’ 누벨바그의 친구들과 고다르가 내세운 ‘새로운 영화’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므로 아쉽지만 낡은 점프컷과 핸드헬드는 버리고 이 영화를 제로에서 다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장 뤽 고다르와 아녜스 바르다)

 

영화가 끝나고 십자말 풀이를 재미있게 한 후, 청량리님의 글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동시대 감독 아녜스 바르다를 불러와 고다르를 이야기합니다.
영화에 대한 이론도 필요 없고, 기존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하며

모든 것이 허물어진 폐허 속에서 영화에 관한 이론을 영화로 말하고 있는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가 그를 만나러 가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는 장면을 통해 청량리님이 고다르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 그리고 죽는 것”

여주인공이 작가 파불레스코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목적을 묻자 작가가 답한 내용입니다.
고다르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삶의 목적이겠지요.


그의 영화는 2020년에도 재소환되며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벨 바그,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물결은 다시 일어나겠지요.

   5e82b0db04bad6100267.jpg

(눈빛이 달라지는 페트리샤)

 

이후 이야기는 진 셰버그가 너무나 아름답다. 영화전체가 시대적인 상황과 연결된 메타포를 담고 있다.
친절하지 않지만 대사를 따라가다 보니 재미가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패트리샤가 미셸을 따라 험프리 보가트를 흉내낸 장면이나
미셀이 말한 ‘역겹다’의 의미가 무엇일까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이날 영화를 보는 분들의 상태가 너무 피곤해보여서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마 각자의 영화 해석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면서 미셸의 대사가 하나 떠오르네요.

“밀고자는 밀고하고, 도둑들은 도둑질하고, 연인들은 사랑을 하지.”

너무나 상투적인가요? 다음 달에는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를 함께 보며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필통 회원이 되신 노라, 도라지, 오영님~ 환영합니다^^

필통회원 모집중입니다. 완전 환영환영하오니 얼른 신청하세요~~

댓글 3
  • 2020-03-31 13:16

    예전에는 늘 영화는 혼자 보는 거라 생각했었지요. 극장을 나와서 마시는 혼술이 좋았었죠.
    하지만 지금은 늘 영화는 같이 봐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좋은거죠.

    다음 달에는 필통회원분들과 영화인문학 회원들이 정식으로 인사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2020-03-31 21:07

    사회적 거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일 모래는 참석하겠습니다. ^^

  • 2020-04-01 23:57

    저는 처음 봐서 그런지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난잡하기도 했네요...그래도 같이 영화를 보니 좋았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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