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강좌 4강- 배병삼 맹자> 후기

산새
2020-02-25 01:50
598

 

               위하지 마라, 위하면 요구하게 되는 법! 다만 함께하라.

 

 

 <논어>에 이어 <맹자>를 해석하신 배병삼 선생님의 고전강의는 매우 유쾌했습니다. 그렇게나 입담이 좋으신 분인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거든요. 덕분에  <맹자>를 즐겁게 다시 만났습니다.

 

 맹자는 처음부터 <논어>나 증자 혹은 자사의 제자 문하에 들어가 유교 공부부터 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대한 절실한 안타까움과 아픔을 바탕으로 당대에 유행하던 학문인 묵가와 양주를 섭렵했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명민한 맹자는 당대 모든 학문이 이익(利)으로 귀결되는 사태를 보았고 그래서 더 위로 사상기행을 떠났다가 사람을 그 자체로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사랑한 유일한 사상가 공자를 만난 것 같습니다. 이 만남으로 맹자는 오롯이 공자를 사숙(私淑)했고, 공자의 사상으로 당대의 아픔을 치유하려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지경(人將相食)’이라고 인식했을 만큼 참혹한 전쟁의 시대에 ‘사람다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 거기로 ‘걸어가 본 사람’. 우리가 지금 <맹자>를 읽는 이유는 같은 이유로 그 트랙을 재점검함으로써 사람다운 삶, 함께 늙어가는 사회, 화폐를 지배적 존재가 아닌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존재(시장을 본래의 자리로)로 격하시키기 위함일 것입니다.

 

 맹자가 가진 문제의식은 戰國의 시대를 어떻게 평화의 시대(平天下)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백가쟁명의 시대라 부를 만큼 많았던 온갖 사상가들이 전쟁과 평화의 대책으로 표출한 것들이 맹자가 보기엔 모두 자신의 학파나 군주의 이익으로 귀결되었죠. 대표적으로 묵가의 정치론은 겸애(兼愛)를 내세운 위민(爲民)사상인데 겸애를 바탕으로 군주가 백성을 ‘위하면’ 백성의 수가 늘어나고 군사력이 강해지므로 결과적으로는 군주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  그 바탕에는 인간을 利害의 차원에 구속된 존재로 바라보는 묵가의 인간론이 있었습니다.

 맹자는 거기에 반기를 들어 '위하지(爲民) 말고 함께 하라(與民)'고 말합니다. 천하는 王土가 아닌 民土이므로 군주가 ‘국가는 내 것’이라는 사유재산의 관점에서 벗어나 본시 이 땅은 만인의 공유물이요, 군주는 다만 그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인민이 그 나라를 ‘우리나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 그렇게 된다면 국가의 운명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인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작동하는 정치체제. 이것이 맹자가 꿈꾼 여민주의 정치 체제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란 것이죠. 그래서 <맹자>의 텍스트는 ‘하필왈리(何必曰利)’로 시작합니다.

 

 맹자의 인간론은 군주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에 동등한 존재(性善說)고 그러므로 ‘함께 한다’는 것은 인민이 군주의 이익을 위해 노예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 그 자체로 선하거나 신성한 존재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신성의 실마리 네 가닥(내부 단서인 싹-四端)을 타고 났으니 그것을 (교육을 통해) 발견하고 발굴하여 발현하면 인의예지의 덕성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의 사람다움에까지 깊이 들어가서 사람 자체가 변하고 그러면서 사회가 바뀌고 국가와 천하가 바뀌는 이런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 길에 북극성처럼 빛나는 向導가 되는 사람이 순임금이며 그 길을 함께 뚜벅뚜벅 걷기로 한 존재들(士)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자한 사람이 맹자입니다.

 맹자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마음의 분석은 여민체제로 만들기 위한 요소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로 봐야합니다. 어떤 인간을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모양이 달라지죠. 성악설적 인간으로 국가를 만든다면 인공적 국가(순자의 국가)가 될 것이고 성선설적 인간으로 국가를 만든다면 자율적이고 다양한 여민체제의 나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맹자를 처음 읽었을 때엔 호연지기와 맹자의 본성(마음)론 그리고 왕도정치가 따로따로 읽혔었는데 배병삼 선생님의 강의는 그것들의 연결고리를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저에게는 나름 의미가 컸습니다. 또한 이번 강의를 통해 <논어>의 有朋自遠方來近者悅 遠者來 의 ‘의 용법에 대해 관심이 생겨 올해 이문서당에서는 그 부분을 유심히 볼까합니다. (참고로 선생님께서는 ‘ 를 잘 봐야 맹자와 공자가 평화의 시대를 이루는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왔나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공자와 맹자가 추구한 정치, 군주에게 제시하고자 한 정치는  멀리서() 오게() 하는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p.s. 인사가 조금 늦었지만.. 신종바이러스로 불안한 시기임에도 멀리서 와주신 선생님과 이런 자리를 마련하느라 수고해주신 동학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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