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S2 세 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20-01-07 00:43
278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S2 <집이라는 낯선 곳>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가람이가 이번 시간부터 새롭게 함께 하게 되었고 유하가 아파서 오지 못했습니다. (유하, 어서 건강해지길!) 그래서 총 열 명의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었는데요. 이번 시간의 텍스트는 이번 시즌의 첫 번째 책, 『나는 부모와 이혼했다』 였습니다.

 

 

 

 

  양도 그리 많지 않고 적당히 재미도 있는, 그런 이야기였지요?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주인공 ‘나’는 부모님이 이혼한 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괴로워하면서 새 삶을 찾으려 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에서 ‘나’ 역시 혼란과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죠. 결국 주인공 ‘나’는 부모님이 서로 이혼했듯 자신도 부모와 ‘이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몰래 부모님의 품을 떠나 할아버지가 예전에 남겨준 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에 눈을 뜹니다. 그러다가 결국 부모님에게 들키고 말지만, 그 사이 부쩍 성장한 ‘나’는 엄마, 아빠와 똑바로 마주하여 두 분을 설득해냅니다.

 

  여러 친구들이 인상 깊은 부분을 골라와 주었습니다. 예준이는 책의 가장 첫 부분, ‘엄마 아빠도 이혼했는데, 나라고 못할 리 없다!’는 주인공의 당찬 결심 부분을 골라와 주었구요. 한준이는 81페이지, ‘간섭 받는 것의 행복’을 골라와 주었지요. 그 부분을 이야기하며 모두 함께 부모님의 간섭이 주는 괴로움과, 또 아주 가끔 그 간섭이 행복하게 느껴질 때에 대하여 이야기했구요. 그런가 하면 가람이는 109페이지, 홀로 사는 할머니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부분을 가지고는 언젠가 우리도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된다면……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그 외에도 요엘의 책 이야기, 그리고 연주를 비롯해 가장 많은 친구들이 꼽은 엔딩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우리는 특히 ‘독립’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즈음에도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는 친구들도 있었고,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지만 나중에 대학에 가거나 직장을 구하게 되면 독립할 거라고 한 친구들도 있었지요. 그러면서, 우리는 먼저 ‘나는 어떨 때 독립을 하고 싶은가’를 써보았습니다.

 

  - 원래 내가 하려고 한 일들에 대해 부모님이 왜 안 하냐고 잔소리를 할 때
  - 집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갑자기 친척들이 왔을 때
  -  나 말고 다른 가족들이 서로 다툴 때
  - 동생과 싸웠을 때 엄마가 동생 편만 들 때
  - 집에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 나 자신이 스스로 돈을 벌고 요리도 하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

 

  또 그 다음에는, ‘내가 독립을 하면 무엇이 바뀔까’에 대해서도 써 보았습니다.

 

  - 나에게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진다
  -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이 늘어난다
  - 내 행동을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부모님 허락 안 받고 해도 된다
  -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된다
  -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선 특히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독립’이라는 것을 곧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이라 생각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유란,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시간과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이며, 또 그러한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는 그런 자유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또한, 새로운 질문도 던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집을 나오면 -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정말 그런 ‘자유’를 가질 수 있게 될까?

 

  혼자 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 밥을 지어야겠죠. 또 빨래도 해야 할 거고, 청소도 해야 할 겁니다. 나 스스로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날 거구요. 또 나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니 알바도 하고 일도 해야겠지요. 그렇게 새로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그 새로운 일들을 하다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겁니다. 예를 들어 알바를 하다보면 알바 선배나 사장님과 같이 어울려야 하겠죠. 그리고 그 사람들은 부모님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에 끼어들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자유’는 그렇게 점점 더 멀어질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우리가 그런 자유를 바란다고 해서, 부모님과 관계를 영영 끊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가족들 간에 사랑이 있길 바라고, 서로 생각해주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내가 얻고 싶은 건 대체 뭘까요. 내가 벗어나고 싶은 건 대체 뭘까요. ‘독립’이라는 건, 대체 뭘까요.

 

  여기서 우리는,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마지막 장에서 부모님을 설득해낸 주인공은 이렇게 자신의 ‘이혼’ 생활을 되돌아봅니다.

 

  “내가 한 행동은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했던 것과 비슷했다. 어쩌면 엄마와 아빠는 이혼할 때 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둔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상처받은 채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면 엄마와 아빠는 두 분이 이혼을 하면서 나도 함께 이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와의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내가 떠날 차례였던 것이다.
  그것은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혼만이 아니라 내가 겪는 아픔과의 이혼이기도 했다. 나는 나를 찾아 떠난 것이다. 그로 인해 둥지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날갯짓하는 나의 날개를 느낄 수 있었고, 이제 조금은 혼자 나는 법도 터득했다. 빠르지 않고, 높이 날지도 멀리 가지도 못하지만, 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아들일 뿐 아니라,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부모한테서 조금 멀어지면서 희한하게도 나는 두 분을 되찾게 되었다. 비록 다투고 상처받았지만, 여전히 좋은 부모이고 내가 두 분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혼은 파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지어 올린다.
  이혼은 끝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이혼은 죽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조금은 다르게 사랑하며 살아간다.” (142-143p)

 

 

  사실,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유 -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고, 어떤 방해도 받지 않으며,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러한 자유 - 를 누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독립은 없습니다. 나중에 여러분이 대학에 가고 직장에 취직해 부모님의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된다 해도 새로운 것들이 여러분의 삶을 방해하고 간섭하고 끼어들 것이며, 여러분은 또 다른 무언가나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살게 될 것입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정말로 여러분이 위의 ‘자유’를 얻는다 해도 여러분은 곧 외로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서로에게 간섭하고, 폐를 끼치고, 또 돕는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책의 주인공 ‘나’가 부모님과 한 이혼-독립도 그런 자유를 얻는 독립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은 말합니다. “부모님과 멀어지면서 나는 두 분을 되찾았다”고. 수업 시간에도 말했지만, 여기서 주인공이 말하는 ‘멀어짐’을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게임에서처럼, ‘부모님과의 친밀도 50점 떨어졌습니다’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라는 것은 그렇게 하나의 잣대, 하나의 숫자, 점수로 매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할 때 마음이 더 잘 맞는 친구가 있고 영화를 함께 볼 때 더 즐거운 친구가 있으며 그 둘 중 누구와 더 친하가를  점수로 나타내기 힘든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수많은 기준과 잣대들이 복잡하게 엉켜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말하는 ‘부모님과의 멀어짐’은 내가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모님과 만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전에는 말하지 않던 주제들에 대하여 말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고민하며 말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멀어지면서 되찾은’ 것입니다. ‘다시 지어 올리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태어난’ 관계인 것입니다. ‘조금은 다른 사랑’인 것입니다.

 

  결국 여러분이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독립’, 부모님으로부터의, 집으로부터의, 가족에게서의 ‘독립’은 홀연히 부모님과의 관계를 끊고 홀로 외따로 떨어져 나오는 그런 ‘자유’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모님과의 만남을 만들어나가는 그런 ‘노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독립’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행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나와 엄마 사이에, 나와 아빠 사이에 대체 어떤 말들과 생각과 감정과 마음이 오가고 있는가를 고민함으로써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 분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를 고민함으로써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동화 『오이대왕』을 읽습니다. 『오이대왕』을 통해, 우선은 아빠와 나 사이에 오가는 것들에 대하여, 내가 바라는 아빠와 나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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