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밥상열전> 희소성이 없는 세계? 여기요~~~

기린
2019-12-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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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결핍감이 마음먹기에 따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뿌리내리고 살아갈 터전도, 터놓고 지내는 이웃도 없는 뜨내기 도시인의 삶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각자 고립되어 기껏해야 가족 단위로만 생활하기 때문에 좁은 시야로 제한된 세계 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하게 살아간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관계하고 몸으로 경험하는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딱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만이 내가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과잉보다 희소성이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웃의 삶보다도 미디어에 노출되는 셀럽들의 화려한 삶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에 상대적 빈곤감은 점점 커진다. 그런 삶의 방식 속에서 살아갈 때 희소성의 세계는 점점 공고해진다. 그에 따른 결핍감과 불안감은 현대인들을 점점 분열적으로 만든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뚜벅뚜벅 마을경제학 개론 '희소성이 없는 세계' 중에서 발췌)

 

올해 북앤톡에서 연재되고 있는 마을작업장 활동가 뚜버기님의 글에서 '희소성'이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에 떠올랐다. 희소성이 없는 세계 여기 있지~~ 바로 문탁의 공동체 주방 말이다. 문탁의 공동체 주방이 있는 파지사유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볼 수 있는 기둥에 떡하니 실제하는 세계- 선물의 노래가 흘러 넘치는 곳. 그렇다. 우리는 희소보다는 과잉에 가까운 물건들이 순환되는 곳에서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공부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믿지 못하겠다고? 그럼 한 번 보시라~

 

  1. 노래만 불러도 될테지~ 아마두!

11월에 주방에 도착한 선물의 첫 리스트에서는 외국물산이 눈에 띄는군요^^

우선 한문강독세미나팀이 꾸린 '한시기행단'이 성도를 다녀오면서 성도의 특산물들을 선물했습니다. 자작님은 특별히

목이버섯을! 저 미두부는 검문각에서 내려와 식당에 들어가 먹었던 쌀과 두부를 섞어 만든 튀김 재료였는데~

동천동 공동체 밥상에서는 떡볶이로 재탄생했는데... 그 맛은 ㅋㅋㅋ 

곰도리님의 친정에서 올라온다는 쌀이 도착했네요. 올해 휴직하면서 손인문학에서 종종 삼매경이시던데 아.. 내년에도 그녀를 자주  볼 수 있어라.... 얍!(주문을 걸어봅니다). 근데요... 곰도리를 꼭 '곰돌이'로 쓰는 저 기록자 왜 그럴까요? 누군지 모르시죠? 전 알죠 ㅋ 궁금하시다면 저를 찾아 오세요 ㅋㅋㅋ

요요샘 동생분 즉 김혜란님은 문탁에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시는 농부십니다~ 철마다 꼬박꼬박 올라오는 먹거리로 잊고 사는 제철에 대해 떠올립니다^^ 고맙습니다~

밀양에서 보내주신 마늘장아찌는 헛헛한 겨울 밥상에 앵도라진 맛으로 미감을 살립니다. 올 여름 밀양인문학을 끝내고... 내년은 어찌할지 마음이 스산해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올해 축제에도 오시고... 선물로 이어진 우리 사이... 일이야 또 만들면 되겠지요^^

우동사에서 올해부터 인천 보름도에서 농사를 지었대요. 그 첫 수확한 쌀을 보내셨습니다. 11월 말에 우동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만난 농부의 까맣게 탄 얼굴과 뽀얀 쌀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고맙습니다~

집 안의 냉장고와 공동체 밥상의 냉장고가 구별이 없는 여~러~분들의 선물이야 늘늘늘 느~을 조아요~

 

 

정선 고향 나들이 하는 길에 정선의 맛집에서 메밀전병 챙겨다 주신 자누리님, 이렇게 또 한 맛집을 섭렵했고요

붓다액팅스쿨이 붓다를 느끼러 송광사탬플스테이 갔다 오면서 구례역 앞에서 보낸 대봉감! 특산물 추가요~

동은, 어린이 집에서 챙겨온 고구마... 함께 먹는 즐거움이 제격이쥐

3단님은 올해 처음 과학세미나로 문탁에 오신 분, 물설고 낯선 곳에서 그래도 주방이 쪼금 익숙치 않으신지요?

올해 쿠키무이 사업에 뛰어든 담쟁이님과 오영님^^ 대박나실거예요~ 우리에겐 밥심이 있으니까요^^

 

 

18일의 긴 선물의 목록은 2019년 김장날의 노래입니다~ 김장 김치가 익어가는 소리 뽀로롱... 

저마다 한 입씩 맛보는 소리 사아각 사아각(배추 질감이 내는 소리? ㅋ) 그 날의 풍성함이 만들어낸 효과입니다그려

뚜버기님의 선물인 분쇄기는 차~암... 잘 돌아갑니다. 뚜버기님, 내년 김장에도 꼭 돌려 쓰세요 ㅋㅋㅋ

문탁님이 실어나른 잡곡 덕에 12월 밥에서 기장, 좁쌀 등이 구수한 풍미를 자랑했는데 맛 보셨어요들?

이렇게 노래만 불러도 쉼없이 흘러나옵니다. 여러분을 '샐럽'으로 만드는 이 노래의 효과 덕분에

올해도 공동체 주방은 희소하지 않았습니다^^

 

2. 또 하나의 세계, 친구가 있었네

 

바람~님을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2012년. 그 때 이문서당이 처음 <논어>를 읽었고 바람님~은 서당 반장을 했더랬습니다.

바람~님의 상냥한 목소리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해의 이문서당의 단합은 만렙~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봄날길쌈방(월든 이전)에서 노라찬방에서

종횡무진하던 그녀의 활동력은 어리바리했던 공동체 생활 초년병인 저에게는 그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다... 남편의 해외 지사파견에 맞춰 문탁을 잠시 떠나 있었습니다. 

인편에 몸이 아팠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회복은 되었나... 생각하곤 했지요.

한국에 들어오면 잊지않고 문탁의 친구들을 만났다는 후일담도 어디선가는 듣고요.

그랬던 바람님~이 올해 가을 다시 문탁에 돌아왔습니다~ 동천동 고기리 계곡을 벗어나 태평양을 유영하여

필리핀에 깃드는 날을 거슬러 다시 회귀하는 연어처럼? ㅋㅋ 여전히 바람님~은 상냥한 목소리로 저를 부릅니다~

"기린이 게으르니였어~~? 왜~~~바꿨어~~~?"

다시 돌아온 문탁 공동체 밥상을 차리는 날 과학세미나의 옥석 곰곰님과 함께 밥상 포토존에 섰습니다.

바람~ 다시 돌아와서 기뻐요. 또 하나의 세계, 친구들이 있는 이 곳에서 꽁냥꽁냥 살아보아요^^

 

3. 희소하지 않은 또 하나의 사건

 

 

매일 거르지 않고 이렇게 푸짐하게... 차린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고 ㅋ(저 위 바람~과 곰곰이 차린 밥상이 일상밥상)

이 밥상은 11월 초 '다른 아빠의 탄생' 출간 기념으로 이 책을 쓴 저자 셋이 차린 '아빠의 밥상' 입니다.

이들은 문탁에서 공부했던 인연이 꼬리를 물어 만나서 한 달에 한번 맛집을 찾는 회식의 힘으로 연재했던 

아버지가 되어가는 경험을 글로 썼습니다. 자신들이 알았던 아버지와 '다른' 아버지가 되어 간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꼭 읽어보시길^^

다름은 이 밥상이 차려지는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남자 셋이 직접 장을 보고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한껏 뽐내며 색다른 요리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렇게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덕에 이 날의 출판 기념회는 더더욱 흥겨웠습니다.

(아, 물론 저자들이 사인회를 하느라 뒷설거지는 북앤톡팀 새털이 주로 했다는 비하인드도 꼭 알려드립니다 ㅋ)

아무리 '백주부'가 히트를 해도^^ 여전히 밥상을 차리는 남자는 희소하다고요?

문탁에서도 늘은 아니지만 앞치마 두른 남자가 차리는 밥상을 가끔 받습니다. 

이제 문탁에서 이런 일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욕망에 비해 희소할 수밖에 없는 자원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정언명령'이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여긴다면,

나의 욕망에 충실했을 뿐인데 남은 건 불안감 뿐이라는 자조에 지쳤다면,

더치페이와 혼밥과 혼술이 너무 편함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외로운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면,

'공부와 밥과 우정이 있는 공동체'의 비전을 탐구하는 이 곳 문탁, 그리고 공동체 밥상에서 함께 밥 먹읍시다^^

그 밥심으로 고군분투했던 올 한해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 보고요^^

모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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