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문서당 <시경> 읽기를 마치며^^

이문반장
2019-12-21 08:30
258

올해는 전반기에는 주역-계사전을 후반기에는 시경을 읽는 프로그램이었다.

주역-계사전이 전반기를 다 채우지 못해 시경- 아,송 의 유명한 작품부터 읽기 시작하여

후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시경- 풍을 읽었다.

2019년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지만 시경 -풍을 다 읽지 못하게 되었고

2020년 다시 <논어> 읽기로 계획하면서 언젠가 다시 <시경> 읽기를 기약하면서 2019년의 수업을 마무리했다.

올해에 읽은 <시경>의 마지막편은 당풍-'갈생' 이었다.

 

칡이 자라 가시나무가 덮이며/ 덩쿨이 들에 뻗었도다

내 아름다운 분은 여기에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혼자 지낼까(누구와 같이 사나, 혼자 지내네)

칡이 자라 가시나무에 덮이며/ 덩쿨이 묘성에 뻗었도다

내 아름다운 분은 여기에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날을 샐꼬

여름의 긴 해와/ 겨울의 긴 밤이여

백세의 뒤에나/ 그 무덤으로 돌아가리라

겨울의 긴 밤과/ 여름의 긴 해여

백세의 뒤에나 그 무덤 속으로 돌아가리라 

 

우샘께서는 이 시는 <시경>의 시 베스트 10 중의 한 편으로 꼽고 싶다고 했다.

칡이 자라 무성해지도록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님때문에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시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서가 후대에 이르면 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정처가 아닌 혹은 유곽에서, 혹은 변심한 상대 등)을 향한 애수를 듬뿍 담은 시로 변주되었다고 한다. 그런 해석으로 읽으니 올해 한문강독 세미나에서 읽었던 <당시 삼백수>의 여러 시들이 스쳐갔고, 문득 그 시들을 쓴 작자들은 주로 남성이었는데 시적 화자는 여성의 목소리 였던 것이 떠올랐다. 이별에 가슴아픈 정서는 보편의 감수성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올해 <시경>의 시들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고, 어느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익숙하고 낯섬 사이의 간극을 유영하면서 시들을 읽고 나니 "고전이 담고 있는 생각은 현대의 맥락과는 사뭇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것이기에 서먹하고, 그 서먹함이야말로 우리를 타성의 늪으로부터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어준다.(김영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

뒤를 돌아다보니 거울이 있었어요/ 내가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얼굴에는 물굽이가 가득했어요

어디로 흘러도 이상할게 없는 표정이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중 '58년 개띠' 에서>

 

2019년도 저무는 요즘 올해 대산 문학상에서 시부분을 수상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는데요^^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가며 읽었던 시와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를 노래한 시를 횡단하며

잠깐 숨을 고르려 합니다^^ 또 흘러가야 하니까요~

2019년 한 해 동안 주역을 읽고 시를 읽으며~ 잘 살았습니다그려^^

 

번외> 2019년을 마감하는 이문서당의 세레모니 풍경

 

2019년의 개근상은 세 분, 바당님 지앵님 진달래님

 

 

2019년 시의 풍류를 즐기려던 찰나 '숲치유사'로 취직되는 바람에 못 오셨다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러 오신 하늬바람님

 

2019년 이문서당의 반장과 2020년 이문서당 반장의 바통 넘기기

중국 요리에 구수한 된장국을 푸짐하게 차려 점심을 먹으며 <시경>의 나날들을 추억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의 단체 사진은 문탁 10년 -무모한 사진전의 포토존에서 한 방!

2020년에는 <논어>로 만날 그 때까지 모두~ 부엔~비비르~

댓글 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이문서당 2분기 2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6)
봄날 | 2021.05.11 | 3604
봄날 2021.05.11 3604
2021년 이문서당 1회차 수업 공지합니다!!!!
봄날 | 2021.02.15 | 2806
봄날 2021.02.15 2806
[모집]
2021 강학원④ <이문서당> : 논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모집) (2.16 개강 /27주 과정) (43)
관리자 | 2021.01.09 | 조회 6147
관리자 2021.01.09 6147
[모집]
2020 以文서당 - 논어, 깊고 넓게 읽기 (55)
관리자 | 2019.12.16 | 조회 5697
관리자 2019.12.16 5697
914
춘추좌전 마지막 시간 공지합니다~~~
봄날 | 2021.12.06 | 조회 534
봄날 2021.12.06 534
913
춘추좌전 7회차 후기 (2)
산새 | 2021.12.05 | 조회 671
산새 2021.12.05 671
912
이문서당 6회차 후기: 대국에 예로 맞서는 노나라 (2)
고은 | 2021.11.29 | 조회 530
고은 2021.11.29 530
911
춘추좌전 5회차후기: 노애공 초기의 사건과 오자서, 초소왕 (1)
바람~ | 2021.11.22 | 조회 701
바람~ 2021.11.22 701
910
춘추좌전6회차 공지
봄날 | 2021.11.22 | 조회 568
봄날 2021.11.22 568
909
춘추좌전 5회차 공지 (3)
봄날 | 2021.11.15 | 조회 593
봄날 2021.11.15 593
908
양화 - 춘추좌전 3회 후기 (2)
영감 | 2021.11.09 | 조회 604
영감 2021.11.09 604
907
춘추좌전4회차 공지합니다
봄날 | 2021.11.08 | 조회 534
봄날 2021.11.08 534
906
백거전투, 그리고 천하무도의 시대가 열리다 (좌전2회차 후기) (7)
문탁 | 2021.11.01 | 조회 710
문탁 2021.11.01 710
905
[유례없는] 논어 수강 후기 (4)
영감 | 2021.10.30 | 조회 640
영감 2021.10.30 640
904
춘추좌전1회차 후기 (2)
뚜띠 | 2021.10.23 | 조회 527
뚜띠 2021.10.23 527
903
<춘추좌전> 1강 공지
봄날 | 2021.10.18 | 조회 646
봄날 2021.10.18 646
902
이문서당 논어 마지막 시간 공지합니다!!! (1)
봄날 | 2021.10.06 | 조회 567
봄날 2021.10.06 567
901
이문서당 3분기 마지막 수업 후기-자공의 공자 사랑 그리고 쇄소응대 (1)
인디언 | 2021.09.16 | 조회 586
인디언 2021.09.16 586
900
이문서당 3분기 마지막수업 공지 (2)
봄날 | 2021.09.13 | 조회 693
봄날 2021.09.13 693
899
3분기 8회차 후기 (2)
고로께 | 2021.09.13 | 조회 571
고로께 2021.09.13 571
898
이문서당 3분기 8회차 수업 알립니다~
봄날 | 2021.09.06 | 조회 607
봄날 2021.09.06 607
897
[이문서당] 논어 3분기 7회차 후기 (1)
산새 | 2021.09.03 | 조회 647
산새 2021.09.03 647
896
이문서당 3분기 7회차 수업 공지
봄날 | 2021.08.31 | 조회 596
봄날 2021.08.31 596
895
<6회차 후기> 은둔 지식인들에게 공자가 하고 싶었던 말 (3)
바당 | 2021.08.30 | 조회 679
바당 2021.08.30 679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