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인생극장/6회> 다다익선(多多益善), 그 ‘좋음’을 성찰하지 못하면

기린
2019-12-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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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뭘까? 시세차익, 좋아요 구독자수, 맛집 리스트. 그럼 많으면 많을수록 나쁜 것은? 내 뱃살, 미세먼지. 이런 것들은 그나마 좋고 나쁨을 가볍게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맞닥뜨리는 수많은 사건을 좋고 나쁨으로 판가름할 수 있을까? 또 그런 선택이 늘 좋기만 하고 혹은 늘 나쁘기만 할까?

 초한(楚漢)시대 한신은 유방의 휘하에 들어간 후 항우 진영을 상대로 거듭 승리를 거두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 결과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천하에서 한신의 이름이 드날렸다. 유방도 경계심을 품을 만큼이었다. 한신 스스로도 자신감에 차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사자성어의 원출전이 바로 한신의 열전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사자성어 토사구팽(兔死狗烹)도 나온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한신이 토끼 사냥이 끝나 쓸모없는 사냥개로 삶겨지는 처지가 되었다. 한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인생역전을 따라 가보자.

 

  1. 한신의 병법, 배수진

 

한고조 유방이 공신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한신과 마주 앉게 되었다. 한고조가 물었다.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 군대를 이끌 수 있겠소?

-폐하는 10만 정도의 군대를 이끌 수 있겠습니다.

-그대는 어떻소?

-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런 그대가 왜 내 밑에 있소?

-폐하께서는 군대는 이끌 수는 없습니다만, 장수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폐하의 밑에 있는 까닭입니다. 또 폐하는 하늘이 내리신 분이지 사람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한신이 처음 몸을 담았던 곳은 항우 진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을 떠나 유방 진영으로 옮겼다. 유방의 측근이었던 소하는 한신이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유방에게 한신을 기용해야 한다고 강력 추천했다. 그리하여 대장군이 된 한신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신의 주무기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즉 동쪽에서는 소리를 내어 적의 관심을 유인하면서 서쪽에서는 기습공격을 펼치는 속임수 병법이었다. 이 전법은 조(趙)나라와의 접전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조나라 국경 정형에서 대적하게 되었을 때 한신은 정예병 2000명을 매복시키면서 한나라 깃발로 무장시켰다. 조나라 병사들을 성 밖으로 유인하면 기습해서 성 위에 깃발부터 꽂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병사들에게는 강을 등지고 조나라 진영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 직전 한신은 병사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외쳤다.

 

-오늘 저 조나라 군사들을 모두 무찌르고 다 같이 원 없이 먹고 마시도록 하자!

 

 강을 등졌으니 퇴로마저 없는데 승리라니, 병사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물러날 수도 없으니 마지못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형국을 모를 리 없는 조나라 군대는 의기양양하게 성 밖으로 진격해 나왔다. 그 사이 매복해있던 병사들이 재빨리 성으로 들어가 한나라 깃발부터 꽂았다. 죽기 살기로 덤비는 기세에 몰린 조나라 병사들이 퇴각하기 위해 돌아섰을 때, 성 위에 나부끼는 깃발은 한나라 깃발이었다. 깃발만 나부낄 뿐인데도 조나라 병사들은 순식간에 전의를 잃고 말았다. 배수진(背水陣)병법의 승리였다.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한 장수가 물었다.

 

-병법에는 ‘산과 언덕은 오른쪽으로 하여 등지고 물과 못은 앞으로 하여 왼쪽으로 두라’ 했습니다. 오늘 장군께서 강을 등지고 진을 치라고 했을 때 이 싸움은 패배구나 싶어 낙담했습니다. 그런데 이겼습니다. 이건 무슨 전술입니까?

-병법에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비로소 살릴 수 있다’는 말이 있소. 내가 거느린 병사들은 평소에 훈련을 받으며 대비를 했던 전력이 아니오. 시장바닥에 굴러다니던 오합지졸을 몰아다 싸우게 한 것이오. 그러니 죽을 형세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모두 달아나기 바쁠 테니 어찌 싸울 수 있었겠소.

 

 제나라와의 접전에서는 하룻밤 새 모래주머니로 강의 상류를 막게 했다. 그 후 병사들을 이끌고 강을 건너가 공격하는 척하다 돌아서서 후퇴했다. 뒤쫓아 오는 적들이 강의 중간쯤에 이르자 모래주머니 제방을 터서 적들을 수장시켰다. 한신의 자신만만은 이렇게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으로 진을 쳤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병사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승리할 확률도 높은 병법이었다.

 

2. 한신의 금의환향

 

진(秦)나라의 폭정에 맞서 천하에서 반란군이 결집하던 때, 유방은 패현의 정장이었다. 이 직책은 지금으로 치면 마을 이장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명망은 있었던지 천하가 들썩이자 뜻이 있는 인재들이 유방의 밑으로 속속 모여들어 반란군의 우두머리로 추대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한신의 명망은 바닥이었다. 가난한 데다 별다른 능력도 없이 그저 남 따라다니며 얻어먹고 사는지라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친구의 집에 드나들며 얻어먹는 밥으로 몇 달을 넘기니 친구의 아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식구들에게 새벽밥을 해 먹이고 밥상을 거둔 시간, 한신이 밥 때에 맞춰 어슬렁대고 들어섰다.

 

-어째 밥상을 차리지 않는가?

-우리 집에 밥 맡겨 놨수? 우린 벌써 다 먹고 치웠소.

 

쌩하니 돌아서는 아내를 겸연쩍게 바라보는 친구를 향해 한신이 한 마디 했다.

 

-남에게 은덕을 베풀다 중도에 그만 두는 소인과는 더 이상 교제할 수 없지.

 

 그런 홀대에도 아랑곳 않고 칼을 차고 어슬렁대다 힘깨나 쓰는 마을 청년들과 맞닥뜨렸다.

 

-어이 한신, 일로 와 보시오. 빌어먹는 주제에 그 칼이 가당키나 한가? 당신이 만약 진정 무사라면 나와 한 판 붙어봐. 그렇지 않으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야 할 거야.

 

 한신은 시비를 붙는 상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무릎을 굽히고 그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서 지나갔다. 한신의 등 뒤로 한 바탕 비웃음이 쏟아졌다. 그랬던 한신이 초나라 왕이 되어 금의환향했다. 한신은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보살펴 주었던 이들이 찾아 재물을 내렸다. 한신이 빌어먹던 시절 사내가 돼서 제 손으로 밥 한 끼도 못 먹는 게 너무 한심해 수십일 동안 밥을 챙겨준 빨래터 아낙이 있었다. 한신은 언젠가는 이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 빨래터 아낙은 기가차서 대답했다.

 

-그 꼴에 보답은 무슨, 여튼 입은 살아서 나원참.

 

 그랬던 한신이 천금을 내렸으니 빨래터 아낙 좀 민망했을 것이다.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게 한 청년에게는 벼슬을 내렸다. 벼슬을 내리는 까닭은 이랬다.

 

-그 때 너를 죽이지 않은 건 그래봐야 이름 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욕을 참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공을 이루었다.

 

 

3. 결국은 토사구팽

 

 한신이 전쟁에서 승리한 공로로 제나라에서 왕 노릇을 하던 때 괴통을 알게 되었다. 괴통은 한신이 얻은 명성으로 천하의 혼란을 멈출 수 있는 기회임을 알아차렸다. 괴통이 말했다.

 

- 한(漢)나라와 초(楚)나라가 차지하지 않은 서쪽 땅을 차지하여 천하를 셋으로 나누면 두 나라의 싸움을 끝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큰 나라를 나누고 강한 나라를 약화 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천하의 백성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한신이 말했다.

 

-한나라 왕 유방은 나를 정성껏 대접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와의 의리를 저버리겠습니까?

 

 한신은 괴통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방과의 의리를 택했다. 장수로써 병사들을 부리는 데는 탁월할지 몰라도 천하의 인재들을 두루 쓰는 유방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내린 분이라는 말이 아첨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한신은 담백하고 소신 있는 장수의 면모가 엿보인다. 유방의 입장에서 보자면 병법에 탁월한 신하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대였다. 언제든지 모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초나라 왕이 된 한신은 순행을 할 때 늘 병사들을 대동하고 다녔다. 그런 동향을 살핀 어떤 사람이 유방에게 한신이 모반을 했다는 글을 올렸다. 유방은 그것을 빌미삼아 한신의 체포하여 왕의 자리를 박탈하고 회음후로 강등시켰다. 항우라는 적이 사라진 마당에 한신은 쓸모없는 사냥개였던 것이다.

 한신은 천하의 항우를 물리치고 장수로서는 최정상에 올랐다. 그 정상은 곧 위험한 자리가 되었다. 하지만 한신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또 한신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당시의 정세를 판단하지 못했다. 괴통의 간언에 의하면 천하를 두고 나누어서 다스려야 한다는 입장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 여전히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천하를 통일하고 싶었던 유방은 한신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승리를 주로 했던 한신의 자신만만함과 수많은 패배를 겪은 유방의 노련함이 맞붙었고 결국 한신이 추락하고 말았다.

 

 한신과 관련한 자료를 검색을 하다가 기사 하나를 읽었다. 건물을 세내어 장사를 한 점주가 있었는데, 새로운 건물주로 바뀐 후 터무니없이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통보가 있었다. 점주가 부당하다고 따지자 건물주는 나가라는 통보를 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어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건이 이슈가 되자 건물주는 자신의 SNS에 거액을 내고 투자한 건물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내세우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올렸다. ‘시세차익 다다익선!’

 

 

 

 우리는 다다익선의 의미를 대부분 저 건물주처럼 쓴다.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훨씬 낫지 않느냐는 논조가 더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다다익선의 원 출전에서 살펴 본 한신의 삶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다다익선에도 그만큼의 댓가가 있었다. 그의 병법으로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이 장기판의 졸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승승장구(乘勝長驅)로 얻은 명성은 동시에 위협이 되었다. 자신의 명성을 성찰할 기회를 놓치는 순간부터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많음이 야기할 댓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한신의 몰락은 언제든지 다시 들이닥칠 수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시세차익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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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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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 2024.03.26 |
조회 104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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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4.03.26 |
조회 11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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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3.20 |
조회 148
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주역64괘에서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는 산택손(山澤損)괘의 다음에 배치된 괘이다. ‘덜어낸다’는 뜻의 손괘와 ‘보탠다’는 뜻의 익괘를 보면 어딘지 경제적인 관점이 생기는 듯 하다. 그 관점으로 보면 손은 손해, 익은 이익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괘는 안좋은 괘이고, 익괘는 좋은 괘라는 일차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경제는 고대사회에서도 그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영역 중 하나였으니 주역에 경제개념을 다루는 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역에서 다루는 손과 익은 기업의 ‘손익계산서’같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손괘와 익괘 모두 풍요로움, 풍성함, 여유있음을 상징하는 부(富)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괘의 손이라는 의미가 덜어내거나 빼는 마이너스(-)를 뜻하고, 익괘의 익이 더하다는 의미의 플러스(+)를 가리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손괘가 무작정 마이너스나 손해를, 익괘가 무한정한 플러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은 부의 크고 작음, 부의 커지고 작아짐의 관점보다는, 오히려 ‘유동하는 부(富)’, 즉 고정되어 쌓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부가 만들어내는 ‘효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탠다는 뜻은 이천은 손괘와 익괘를 비교하면서 “손괘는 아래를 덜어 위에 더하는 것이며,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하면 익괘가 된다. 백성의 위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서 아래에 미치면 익(益)이 되고, 아래의 것을 취하여 자신을 후하게 하면 손(損)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손괘와 익괘는 무언가 흐르는 방향이 정반대로 대비되는데, 흐르는 것이 부(富)라고 했을 때, 손괘의 부는 아래에서 위를 향하고(↑) 익괘의 부는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봄날 2024.03.08 |
조회 163
토용의 서경리뷰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무슨 책을 읽을까?   한문강독세미나는 한문으로 된 동양고전을 강독하는 세미나이다.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문탁의 역사와 함께한 세미나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강독하던 책이 끝을 보일 무렵이면 다음 번 책을 두고 즐거운 고민을 시작한다. 『서경』을 시작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강독 중이던 『근사록』이 끝나갈 무렵 다음 책을 두고 세미나원들간에 설왕설래가 시작되었다. 동양고전의 기본이 사서삼경인데 사서는 읽었으니 이제 삼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시경』,『서경』,『주역』 중 무엇을 읽을까? 『주역』과 『시경』은 이문서당에서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이니 패스.(이문서당에서는 2018년에 『주역』을 2019년에 『시경』을 읽었다.)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서경』. ‘그래 너로 하자. 그렇잖아도 네가 많이 궁금했다.’ 큰 이견 없이 『서경』으로 결정되었다.   그동안 사서를 읽으면서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시왈(詩曰)’, ‘서왈(書曰)’에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한자와 문장도 어려운데다가 앞뒤 맥락도 모르는데 한 구절 뚝 떼어다가 써 놓았으니 말이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로 인용을 한다. 직접 인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서경』의 내용이 문장 속에 녹아 있는 경우도 많다. 『논어』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의 출전도 『서경』이다.   『서경』은 공자가 성군으로 칭송하는 요순의 정치와 본받고 싶다던 주공의 교훈을 자세하게 싣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인지 『논어』의 마지막 편인 「요왈」은 제왕의 정치에 대해 『서경』에 나오는 요, 순, 탕왕, 무왕의 말을 간추려 전하고 있다. 맹자도 자신의 왕도정치를 주장할 때...
토용 2024.02.29 |
조회 269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에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디 아워스>(2002)입니다.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The Hours(2002)>       <디 아워스>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에서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집필 중인 버지니아 울프와 1951년 미국 LA의 풍요로운 일상에서 <댈러웨이 부인>을 읽는 로라 그리고 2001년 뉴욕의 출판 편집인으로 별명이 ‘댈러웨이 부인’인 클라리사의 ‘어느 하루’를 교차 편집하며 보여준다. 버지니아와 로라가 살았던 때는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동성애 자체를 감추어야 했던, 혹은 전쟁 직후의 경제 번영 속에서 미국 전체가 가부장제 질서를 견고히 하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직후의 삶을 살았던 앞의 두 여성과는 달리 2000년대의 클라리사를 둘러싼 사회환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있었다. 그것은 불안이다.     각각 버지니아, 로라, 클라리사로 분한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의 뛰어난 연기는 오늘날 여성의 삶으로 중첩되기도 하고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여기서 리처드라는 인물의 등장은 의문을 낳는다. 그는 로라의 아들이자 클라리사의 첫사랑이며 버지니아와 같은 작가다. 또한 버지니아처럼 자살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만으로도 영화는...
띠우 2024.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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