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후기(4분기 6회차)

산새
2019-11-23 05:09
462

   1.빈풍(豳風)과 주공

 

 풍(風)의 뜻을 「모시서」를 비롯하여 옛날 사람들은 거의 모두 풍자(諷刺) 또는 풍간(諷諫)의 뜻을 지닌 풍(諷)자와 통하는 것으로 풀이했지만 우리는 우샘 말씀대로 그 시절 “노래 스따일~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러니까 빈풍은 빈나라 때 노래하는 스따일~(뽕짝같은..)

 빈(豳)은 나라이름으로 기산의 북쪽 평평하고 낮은 들에 있었다. 옛날 순임금(우나라)과 우임금(하나라) 시절에 기(棄)라는 사람이 농사일을 관장하는 관리인 후직(后稷)이 되어 잘 다스렸으므로 태(邰)라는 땅에 봉해졌고 희(姬)씨성을 받았다. 기의 아들 불줄(不窋)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융적들이 사는 서북쪽으로 쫓겨났다. 불줄의 손자 공류(公劉)가 후직의 일을 도로 회복하여 부강해졌는데, 지세를 잘 살피어 살기 좋은 빈땅에 도읍했다. (대아의 「공류」는 이러한 업적을 찬양)

 그 뒤 8세를 지나 고공단보(=太王)가 빈의 동남쪽, 기산의 남쪽에 있는 주(周)로 이주했다. 이것을 기주(歧周)라 한다. 다시 고공단보의 손자 문왕(文王)이 풍(豊)으로 이주했고, 그의 아들 무왕(武王)이 다시 호(鎬,호경)로 도읍을 옮겼으며(주공은 여기에 살았다) 은나라 주왕(紂王)을 쳐부수어(B.C.1122) 천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빈땅에는 공류로부터 고공단보에 이르는 10세에 걸쳐 도읍하고 있었다. 이 빈땅을 중심으로 불렀던 노래가 빈풍이다.

 빈풍(豳風)은 15개 국풍(國風) 중 마지막 풍으로, 대부분 ‘주공의 업적’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시경』 작품은 기원전 600년의 것이 대부분이나, 기원전 1000년경 주나라 형성과 관련지은 텍스트가 『시경』이라는 편집방식에 의해 ‘문왕으로 시작해서 주공으로 마치는’ 구조가 되었다고 하셨다. 주공은 빈땅에 살지 않았지만 원래 유목민이었던 주나라 조상(주부족?)들이 처음으로 농사지으며 정착한 곳이 빈땅이었다. 그러니까 주나라를 세운 후 무왕의 족보를 요순임금시대까지 올려 굳히기 위해서 공류를 넘어 후직까지 끌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 빈풍의 해석들

 

주공 자작설(성왕 교육시): 성왕이 너무 농사일을 몰라(본투비킹) 주공이 이 노래를 직접 지어서 악사들로 하여금 밤낮으로 읊조리게 했다는 설(모시와 주자설. 주공의 교화설은 공자와도 연결-> 동양의 정치사상에는 군주를 가르침이 필요한 학생으로 보는 시선)

병사의 노래설: 주공이 3년 동안 동쪽으로 정벌(周公의 東征)하러 떠났을 때 그를 따라 갔던 빈땅 출신 병사들이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불렀던 노래라는 설(청대 일군의 학자들)  *빈풍의 세 번째 시 <東山>은 그 병사들의 노래.

 

   3. 월령체의 출발, <칠월시>

 

 이번에 읽은 시의 제목은 <칠월시>다. 전체가 8장이며 매 장이 11개 구절(홀수)로 되어있다. 지난 시간까지 읽어 온 연애시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간 읽어온 연애시를 요즘 감각으로 본다면 서정시에 가깝고 짧다. 그러나 <칠월시>는 서사시(전후 일을 읊은 작품)의 초기형태라고 볼 수 있고 시 한편이 매우 길다.(but. 대아나 소아에는 긴 작품이 많다)

 순서대로 나열되지는 않았지만(시상이 가는대로 왔다갔다함) 전체적으로 보면 (농경사회에서의) 1년 12달의 ‘일상생활백과’ 다. 포인트는 부지런히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 24절기마다 해야 할 모든 일을 매뉴얼화해 노래로 만들었는데 그 내용은 농사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준칙과 일상생활 가이드까지 폭넓게 다뤘다.

 『시경』은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거둔다는 내용의 시들이 많지만 12달을 다 말한 시는 유일하다. 주자는 이 시의 말미에 ‘천시(天時)를 알고 사람의 일(民事)을 행함’을 알아야 한다고 썼는데 이것은 땅에서 이루어지는(농사를 짓고 사는) 우리의 삶을 절기에 맞추어 살아야한다는 것(12절기=12地支)

 

                24절기   

                 

                                    『대산주역강의1』 p170, 214

 

                                             

 칠월시에서 설명하는 12달의 일을 순서대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월(월/입춘)에는 농기구 손질. 얼음을 석빙고에 넣어둠 *三之日(양효3/지천태괘)

▶2월(월/경칩)에는 밭 깊게 갈기. 이른 아침에 어린양과 부추로 봄맞이 제사지냄.

      *四之日(양효4/뇌천대장괘)

▶3월(월/청명)에는 여인들은 뽕잎 따다 본격적인 누에치기(=잠월蠶月)

▶4월(월/입하)에는 아기풀(약재)이삭이 팬다(뜯어다가 구급약 만듦)

▶5월(월/망종)에는 매미, 메뚜기 운다.

▶6월(월/소서)에는 베짱이 운다. 산사과와 머루 먹음.

▶7월(월/입추)에는 백로가 운다(=마가 익는다). 가을오니 겨울준비 시작.

       *귀뚜라미가 들판에 있다. 아욱과 콩 삶아먹고. 참외도 따먹고.

▶8월(월/백로)에는 누에치기 위해 갈대를 벤다. 길쌈한다. 곡식수확.

       *귀뚜라미가 집안으로 들어옴(처마밑). 대추 먹고, 박도 잘라먹고.

▶9월(월/한로)에는 서리 내림. *귀뚜라미가 방으로 들어옴. 따뜻한 겨울옷(겹옷) 준비.

       암삼씨 주워 기름짜고. 씀바귀 뜯고, 땔감을 충분히 준비. 채마밭 다져 마당을 닦고.

▶10월(월/입동)에는 마른 잎 떨어짐.

        *귀뚜라미가 침대아래로 들어옴⇒ 궁질훈서색향근호(穹窒薰鼠塞向墐戶: 겨울준비. 집안구멍 막고, 쥐구멍에 연기피우고, 북쪽 창에 문풍지 바르고, 출입문을 튼튼히 함). 벼 수확. 마당청소. 곡식을 거둬 마당에 옮기고 다 모아지면 성안으로 들어가 살며 집안 일함(띠풀 꼬아 지붕개량: 겨울준비). 넉넉히 술과 안주를 준비해서 잔치를 베풀어 술잔 들어 만수무강을 빈다. 봄(청명)에 담았던 술을 노인에게 올려 건강을 돕는다.

▶11월(월/대설)에는 찬바람 분다. 담비,여우,살쾡이 사냥(옷,모자). 얼음 깬다.

         *一之日(양효1/지뢰복괘)

▶12월(월/소한)에는 추위가 매서워짐. 가을걷이 후 큰사냥(겨울사냥=군사훈련)

        *二之日(양효2/지택림괘) . 얼음을 뚫는다.

삼정(三正) : 중국고대 하은주 삼대(三代)에서 정한 역법(曆法)에 나타난 세 가지 정월(正月)을 합하여 이르는 말.

하정(夏正): 하나라 달력, 지금 우리가 쓰는 음력달력. 인월(寅月)을 1월(정월)로 삼음.

┣ 은정(殷正): 은나라 달력. 지금의 음력 12월인 축월(丑月)을 정월로 삼음.

┗ 주정(周正): 주나라 달력은 자월(子月)을 정월로 삼은 것. 『춘추』라는 역사책은 노나라 역사책이지만 왕조로는 주나라이므로 주정(周正)을 썼다.

   ☞빈풍은 주공의 업적을 주로 다루므로 주정을 써야할 것 같은데 하정을 썼다. 그 이유를 뚜렷하게 밝힐만한 주석은 없으나 후직이 다스렸던 빈땅 사람들이 하나라 시대였으므로 하나라 달력으로 살았을 것으로 추정.

 사마천이 『사기』를 써서 기전체를 유행시켰듯, 이 시로 인해 월령체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예기』에도 「월령」편이 있고,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도 조선 헌종 때 『농가월령가』를 지어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세목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 되었다.

 

   

 

 <칠월시>에는 천지자연의 변화와 동식물을 관찰하면서 일년 열 두 달을 알라차리고 거기에 맞춰 알맞게 먹고 입고 일하며 살아가는 옛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우리는 일년의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며 살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주변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신호는 못보고 손안의 핸드폰이나 탁상 위 캘린더 일정을 체크하면서 시간이, 계절이 가는 것을 알게 되는건 아닌지.. 이번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실컷 했다. 그 곱던 잎들을 미련없이 다 털어버리는 나무들을 보며 나도 조금은 홀가분해 지기를 바라게 된다. 또 한해의 끄트머리에 서 있게 되니 아쉬운 점도 많지만.. 끝은 또다른 시작이니까.

 

댓글 1
  • 2019-11-25 17:07

    우와~
    공부한걸 정말 자세하게...미처 끼닫지 못한것까지도 정리해주셨네요!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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