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인문약방 / 5회>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둥글레
2019-10-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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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의 인문약방/5회]

 

달콤살벌한 다이어트

 

일반적으로 여름에는 약국이 한가하다. 감기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뜸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약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노인 환자들이 많아서 늘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름이 되자 약국으로 일명 ‘다이어트 처방’이 몰려들었다. 다이어트 처방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있지만 노출이 많은 여름이 되면 당연히 더 늘어난다. 근무약사 입장에서는 이 처방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달갑지는 않다. 처방 일수가 길고 약 가짓수가 많아서 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약을 먹으면서까지 살을 빼려는 그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다이어트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여러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나는 거의 다이어트 처방을 조제했다.

 

소름 끼치는 다이어트 처방

다이어트로 허가를 받은 약은 식욕억제제와 지방흡수(소화) 억제제로 크게 두 가지다. 하지만 처방을 보면 약 종류가 5가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떤 병원에서 처방했건 이 처방들은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비슷하다. 위 두 가지 약 이외에 간질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각성제, 당뇨약, 비충혈 제거제(감기로 인한 코막힘 치료), 변비약, 이뇨제, 유산균 제제, 녹차추출물 등이 추가된다. 여기에 알약으로 나오는 한방 제제(방풍통성산이라는 처방)까지 쓰인다. 약사로서 처방 내용을 보면 소름이 절로 끼친다. 약들의 작용과 부작용을 알게 되면 과연 복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지방 섭취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주로 식욕억제제인 암페타민류(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가 처방된다. 이 약들은 일명 히로뽕으로 알려진 마약, 메스암페타민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히로뽕처럼 작용과 부작용이 중추신경계에 전방위적이지는 않지만,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켜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교감신경이 흥분된 상태는 싸울 때의 상태와 비슷해서 정신이 흥분되고 식욕이 떨어지며 에너지를 바로 사용하기 위해 신진대사도 빨라진다. 비교적 최근 허가를 받은 벨빅®(로카세린)은 암페타민류와 비슷한 작용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에 나온 콘트라브®(날트렉손과 부프로피온)와 삭센다펜®(리라글루티드)도 포만중추에 작용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토피라메이트 성분의 간질약은 식욕억제 효과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펜터민이라는 식욕억제제와 복합제(큐시미아®)로 미국에서 승인되었다. 단독으로는 다이어트에 사용되지 않는다. 우울증 치료제인 플루옥세틴(대표 브랜드는 프로작®)은 뇌에서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기분을 좋게 하고 식욕도 억제한다. 우울증 치료제는 식욕 억제제와 함께 복용했을 때 교감 신경을 너무 과도하게 흥분시키기 때문에 병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그런데 실상은 거의 같이 처방되고 있어서 심히 걱정스럽다. 메트폴민이라는 당뇨약 또한 식욕 억제에 대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 슈도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코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의 증상을 없앤다. 감기약을 먹으면 입이 마르고 밥맛이 없어진다고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다. 변비약은 설사를 시켜, 이뇨제는 몸 안의 수분을 더 빼내서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대부분의 식욕억제제들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존성과 중독성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작용을 일으킨다. 기분의 변화가 크고 예민해지는데 심하면 망상이나 환각 그리고 드물지만 조현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약물을 복용하다 끊었을 때 상대적으로 졸리고, 집중력이 저하되고, 우울감이나 짜증, 피로나 불쾌감이 생기고 식욕이 증가하여 체중이 늘 수 있다. 매스컴에 식욕억제제를 먹고 정신 이상을 보이거나 중독된 경우가 가끔 나오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펜터민이나 로카세린은 유럽에서 판매가 중지되었다. 여기에 병용 투약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약물들도 같이 처방되고 있어서 어떤 부작용이 발현될지 짐작하기 힘들다.

 

‘정상 체중’라는 신화
다이어트 처방 내용을 보며 놀라고 한 숨을 쉬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처방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전혀 뚱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엔 그냥 보통이다. 한 손님에게는 살도 안 쪘는데 왜 다이어트 처방을 받아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중요한 모임에 가기 전에 부기를 쫙 빼고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분은 추석 때 일가친척을 만나는데 예쁘게 보이고 싶다고 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들이다.
이렇게까지 살을 빼야 할까? 혀를 차며 그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에서는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약의 부작용을 알기 때문에 약으로 살을 뺄 생각을 안 할 뿐이다. 이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은 뷰티 담론과 연결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강력하게 이 욕망을 지지하는 것은 건강 담론이다. 왜 살을 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예뻐 보이고 싶다는 말에 앞서 비만은 질병이다!라는 답을 준비하고 있다. 의학이, 과학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전염병 취급을 받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기타 심혈관계 질환 등 많은 질병들이 비만에서 기원한다는 ‘비만 만병설’이 현재 주류 의학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반인들도 체지방률을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비만을 판정하기 위한 기준은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이다. BMI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세계보건기구는 BMI 10~24는 정상, 25~29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대한비만학회 기준은 이보다 엄격해서 23 이상은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이다. BMI의 가장 큰 약점은 상대적으로 근육이 많아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체지방률이나 허리둘레에 대한 정상 수치가 추가적으로 제시되어 있다.1

현재 내 상태를 위에서 제시한 수치로 평가해 보자. 아침을 먹고 난 후 쟀더니 체지방률이 30%, BMI는 23.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또 어떤 수치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나는 정상,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보는 누구도 나를 뚱뚱하다거나 통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비만 관련 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예전의 나 같으면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엄격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비만 관련 질환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날씬하지 않아서 예쁘지 않다고 내 몸을 부정했을 것이다.
정말 난 건강하지 않은 것일까? 그런데 ‘비만 패러독스(weight paradox)2’라는 말도 있다. 쉽게 말해서 심근경색, 신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비만인 사람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날씬한 사람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발표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다. 『왜, 살은 다시 찌는가?』(와이즈북, 2016)에서 린다 베이컨은 다수의 저명한 논문들을 인용하여, 과체중인 사람들이 정상 체중인 사람들만큼 오래 살거나, 오히려 더 오래 사는 경우도 흔하다고 말한다.
과학은 늘 어떤 수치로써 타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이 제시한 수치는 언제나 어떤 확률이고, 그 확률이 배제한 수치에도 진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학적 수치라는 것이 조작될 수도 있다면 어떻게 할까? 확률을 벗어난 곳에 내 진실이 있다면? 과학이 신화가 되어 버린 현재의 세상에서 과학이 말하는 ‘정상’도 신화가 되어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체질량지수 기준을 앞서 말했다. 이 기준은 국제비만대책위원회의 주도로 작성된 보고서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보고서의 근거 자료는 없었고, 이 위원회는 상당한 예산을 다이어트 약를 제조 판매하는 제약회사들(로슈와 애보트)로부터 받고 있었다. 사실상 공중 보건 정책을 민간 기업들이 작성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린다 베이컨은 앞의 책에서 고발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정상 체중도 역시 만들어진 신화라는 것이다.

 

 

문제는 살이 아니라 감정이다
‘비만 만병설’과 ‘비만 패러독스’, 어느 쪽 과학이 맞는지 팩트체크라도 해야 할까? 요사이 자기 쪽이 팩트라고 온 나라가 갈라져 아우성치고 있어서 솔직히 팩트라는 게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팩트라는 것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어쨌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일방적인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맹신한 것이 사실이다. 맹신은 미신과 같고 그러한 미신은 우리의 공포심을 먹고 큰다. 뚱뚱해지면 큰 병이 걸릴 것이라는 공포심이 날씬하지 않은 자신의 몸에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게 한다. 나는 이런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과학들이 말하는 내용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 적어도 이 과학들이 자기부정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에 집중하자고 말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과학은 ‘다이어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린다 베이컨은 우리 몸이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공한 다이어트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 『다이어트의 배신』(에코 리브르, 2013)에서 아힘 페터스는 다이어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인체의 기본적 자연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량 부족은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되어 뇌에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신체는 심각한 부작용3을 겪게 되므로 살려면 다시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린다 베이컨, 아힘 페터스 등 과체중이나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를 거부하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살을 일부러 찌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비만이 원인이 된 질병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나 의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전에 비해 뚱뚱한 사람이 늘어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연히 식량이 풍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영향도 또한 크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액상 과당이나 트랜스 지방은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다른 식품들에 비해 이것들은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포만 호르몬인 렙틴을 분비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또 먹으면서 티브이를 보는 등 다른 일을 동시에 해도 먹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많이 먹게 된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먹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장기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지만, 먹는 것은 즉각적인 위로가 된다. 스트레스와 체중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아힘 페터스의 의견은 이렇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우리의 의식은 ‘깨어있는 일반적인 상태’가 없어지고 ‘지나친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로만 존재하게 된다. 중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일과 음식 섭취 사이의 구분이 없어지고 일상이 수면과 일종의 끊임없는 ‘작업 중 식사’로만 점철된다. 그렇게 하여 체중은 늘어난다. 실제로 그는 미국 같은 수입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비만률이 높다고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체중 증가는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뇌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생존 전략이다.4 그런데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따라서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 조절이 관건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로 치닫는 부의 불평등과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서 경제적 하위 계층은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게다가 ‘뚱뚱한 사람’들을 의지박약의 인간 실패 정도로 여기는 인권 감수성은 그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간다.
성취 일변도로 살아온 나 또한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온 것 같다. 돌이켜보면 깨어 있을 때는 항상 ‘작업 중 식사’인 의식 상태였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도 모르는 채 입속으로 구겨 넣었던 음식들, 내 몸에 필수인데도 눈을 흘겼던 체지방, 뚱뚱한 사람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본 내 시선, 효율성을 추구했던 멀티태스킹,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작정 따랐던 건강 욕망 속에 나의 무지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감정에 대한 무지함이.
감정이나 욕망이 외부의 영향으로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는 늘 외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건 감정은 내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며 살지 아니면 감정을 인식하며 살지는 내가 결정한다. 내 감정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일단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앎들이 내 몸에 대한 앎과 연결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반사적 반응이 아닌 앎에서 나온 나의 윤리들로 일상을 채울 수 있다면 좋겠다.

 

에필로그 - 근 한 달 동안 내 식욕을 찬찬히 살펴봤다. 하루에 두 번만 식사를 한다거나, 저녁 몇 시 이후에는 먹지 않겠다거나, 식품의 질을 따진다거나 등 그동안 고수했던 식습관에 너무 구애됨 없이 편안하게 먹고 싶을 때 먹었다. 먹을 때는 다른 것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대 허용치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그래도 라디오 내용을 따라가면 맛을 알 수 없었다. 먹을 때에 먹는 것에 집중하자! 이것은 명상과 다른 게 아니었다. 그동안 멍한 채로 먹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 식욕은 조금 줄었고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석)

1.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허리둘레가 성인 남자에서는 90cm 이상, 여자에서는 85cm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진단. 체지방률은 남성은 25% 이상 여성은 30% 이상인 경우 비만으로 진단.

2.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옥스너 의료원의 칼 J. 라비 박사가 과도한 지방은 심장질환의 발병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증상 악화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명명한 현상.

3. 코르티솔은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스테로이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스테로이드 약과 같은 부작용을 가진다. 뇌 신진대사의 부조화, 우울증, 불면, 뇌 활동저하, 배고픔, 피부가 얇아지고 생식력 저하, 근육감퇴와 골흡수로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4. 아힘 페터스는 지속적 스트레스에도 살이 찌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이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들의 뇌는 몸의 다른 부위에 지방이나 단백질을 깨서 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살은 찌지 않는다. 하지만 뇌가 스트레스를 습관화하는 것에 실패하여 코르티솔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어 건강을 위협한다.

 

 

 

        글 : 둥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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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댓글 5
  • 2019-10-21 10:55

    마지막 단락이..흥미롭군요.
    그런데....그럼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야 하는건가? 문탁에서는 함께 먹는 즐거움을 이야기하잖아? 그럼 우린 맛을 모르는건가? ㅋㅋㅋ...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 2019-10-21 20:59

      요새는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해도 TV를 보면서 먹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건 정말 지양해야 할 것 같구요..
      동의보감에서는 먹으면서 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함께 대화하면서 먹는 것은 이미 우리 문화가 되었기 때문에
      묵언하면서 함께 먹는 것은 템플 스테이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
      그래서 도담샘의 책에서는 말하는 것과 먹는 것의 리듬을 맞추기 위해서 천천히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에필로그에 나온 내용은 혼자 먹을 때를 말한 거구요
      문탁에서 친구들과 먹을 때도 더 천천히 먹게 된 것 같습니다~.

  • 2019-10-21 10:57

    야식을 먹는 대부분의 이유도,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이놈의 야근을 왜 하고 앉아있는거냐'는 불만의 대상으로
    야식을 섭취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영화를 볼 때 팝콘은 왜 먹는거냐?
    이건 당연히 상술에 넘어간 나의 미각일테고,

    그럼 우리가 밥상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은?
    사실 밥맛 보다는 사람맛으로 먹는 듯하다.
    라디오의 내용에 따라가다보면 밥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캔들 파지사유처럼 캔들 다이닝은 어떨까?

  • 2019-10-21 11:07

    밥을 먹을 때 무언가 틀어져있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
    음식에 집중하는게 참 어렵네요!

  • 2019-10-21 11:52

    요즘 새벽에 깨서 잠 못들어 하루종일 각성상태라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여 살이라도 빠지려나 기대했는데......

    어제 누군가 나에게 살이 더 찐것 같다라고해서 충격받았는데......

    지나친 각성상태로 맛도 모르고, 양도 모르고 먹었다는 건가요?ㅠㅠ
    아니면, 수면상태였나? ㅎㅎ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세 번째 영화는 <아들>(2002)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차례 아들 Le Fils | 드라마/미스터리 | 벨기에, 프랑스 | 102분 | 2002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인 ‘인트로’는 그 영화의 첫인상이자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어떤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위로 건조하게 제작자,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 등이 보였다 사라진다. 마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생각나는 ‘인트로’를 보고 있으니 ‘아, 이번 영화도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는 느낌이 팍팍 든다. 다르덴 형제의 이름과 영화의 원어제목 ‘Le Fils’이 사라지면, 카메라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 흔들리는 ‘형상’이 바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했다)의 ‘등’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트로’처럼 영화는 대부분 올리비에의 ‘등과 뒷모습’을 시종일관 따라다닐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르덴 형제는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로 유명하다. 이유는 영화가 배우들의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동선을 구성해보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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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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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의 독서가 테크트리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우현 2024.04.09 |
조회 186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띠우 2024.03.31 |
조회 172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75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두루미 2024.03.26 |
조회 157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청량리 2024.03.20 |
조회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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