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문학s3> 두번째 시간 후기

새은
2019-10-16 16:21
220

이번에는 증여론 2장을 읽었다. 이번 시간은 3명이서 도란도란 세미나를 진행했다.

 

   쿨라의 해상무역, 명예의 재분재 – 선물교환가치, 인간의 영인 마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포틀래치의 일종의 화폐인 바이구아이다. 바이구아는 음왈리라고 하는 잘 다듬어진 자개 장신구와 다듬어지지 않은 술라바가 있다. 비하인드로는 내가 음왈리 안에 술라바라는 종류가 있는 줄 알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발제문에 적지 않았다. 어찌 보면 잘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잘 다듬어진 것보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요즘은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이 단연 일순위이다. 요즘? 아니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하지만 이 시대는 잘 다듬어지지 않아도 녹슬었더라고 가치 없음으로 판단되진 않았다. 그래서 술라바도 음왈리 못지않게 많이 순환 되었다.

   바이구아의 순환은 한 방향으로 원을 돌며 순환한다. 그래서 주는 일만 벌어지지 않고, 받는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주고받는 일이 계속 되는 이유는 영적인 마나를 보내며 나의 위신을 세우기 위함이다. 그래서 바이구아, 선물을 받는 사람은 곧 도전을 받아드리는 것이고, 받은 것의 몇 배로 줄 수 있는 재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선물을 바로 답례하진 않고 시간차를 둔다. 띠우샘이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어떤 샘과의 얘기를 들려주셨다. 몇 년 전 띠우샘은 그 샘이 떠나시기 전 아끼던 가방을 선물 받으셨다. 그때의 띠우샘은 돌아오시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몇 년 만에 만나 그 선물을 돌려드렸다. 그 선물을 받고 바로 다른 것으로 갚았더라면, 예를 들어 밥 한 끼를 산다던지 그랬더라면 아마 큰 감동을 드리진 못했을 것이다. 물론 띠우샘은 다른 결과를 맞이했지만 무튼 당장 주는 것보다 시간차로 주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고,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받고 싶을 때 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차를 둔다는 것에 동의를 못했다. 예를 들어 (나는 sns를 안하지만) 누가 내 게시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면 나도 가서 바로 눌러주는 것이 예의이다. 하물며 이런 줄임말도 있다. 좋페. 뜻은 좋아요를 누르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보내겠다는 뜻의 신조어다. 누군가 좋페라고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면 즉시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나도 이건 왜 하는지 잘 모르지만 좋페는 천천히 진행 되지 않는다. 받고 싶을 때 주는 게 많이 당연했다.

   증여론을 보고 든 생각은 받고 싶을 때 주기보다 줄 수 있을 때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받을 생각을 먼저 하면 상처받고 괜히 심통 나는 건 나니깐 말이다. 그리고 또 받기를 껄끄러워 하는 이들은 또 주기를 겁낸다는 것이다. 주는 데 거절 받는 것만큼 쓸쓸한 것도 없었는데, 물론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덕분에 위안을 조금 얻었다.

 

이렇듯 선물은 주고받음, 순환으로 인해 큰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다음시간에는 바이구아와 같은 순환을 할 수 있는 선물을 만든다. 무얼 만들어 순환시키고 싶은지 생각해야한다. 단지 1:1 교환이 아닌 순환의 선물을 만든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댓글 1
  • 2019-10-18 21:46

    사실 오며가며 증여론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씩 자주 들어왔었기에... 크게 부담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읽다보니 많이 헤매고 있는 느낌입니당...;;;
    부족들은 생소한데 너무 여럿이고, 개념들도 너무 생소한데 종류가 다양하고, 선물의 방식들은... 음... 그 자체로 생소하구요.

    그래서 모스는 나열식으로 설명을 풀어가기 때문에
    각 개념에 깊이 신경 쓰다보면 전체 맥락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띠우샘의 말씀이 딱! 와닿았던 것 같아요 ㅎㅎ

    잘 주는 것, 잘 받는 것, 잘 답례하는 것, 어느 하나 쉽지 않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받는 것과 답례하는 것만 겨우겨우 하고 있는 저에게 포틀래치 하는 추장의 모습은 정말 감탄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후반부도 잘 읽어보려구요... (마무리는 훈훈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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