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중등인문학교 세번째 시간 후기

명식
2019-10-07 14:29
327

 

  안녕하세요, 2019 중등인문학교 튜터를 맡고 있는 명식입니다.

  이번 주는 2019 중등인문학교 <학교라는 낯선 곳> 세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드디어 첫 번째 책,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습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책을 읽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를 했었는데요. 오늘 와준 친구들 대부분이 책을 다 읽어와 줬고, 또 다 읽어오지 못한 친구들도 그냥 빼먹고 온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읽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읽어와 주었습니다. 덕분에 순조롭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처음에는 책을 읽고 난 뒤의 전체적인 느낌을 나누어보는 것으로 시작했지요. 연주처럼 우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고, 시우처럼 큰 굴곡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는 이야기라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고 말해준 친구도 있었구요. 개연성이 부족한 듯 어딘가 뜬금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는 다들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영리하지만 유약한 소년 ‘한스 기벤라트’가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다 느닷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 있어 요즘 드라마나 영화처럼 정교한 ‘복선’을 꼭 깔아두는 것도 아니요, ‘고구마’와 ‘사이다’를 번갈아 보여주며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스의 이야기는 때로는 은은히 빛나고 때로는 음울하게 침전하면서 그저 잔잔한 물처럼 고요하게 흘러가지요. 이것은 예전의 소설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요즘의 드라마-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전체적인 느낌을 나눈 다음에는 각자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나누었고요. 잠시 쉬었다가, 공유한 인상 깊은 부분들을 가지고 다시 찬찬히 책을 짚어나갔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한 번 다섯 단계 정도로 나누어 보았었지요.

 

 

 

  첫 번째 이야기 - 한스가 학교에 합격하다.

 

  한스는 어려운 시험을 뚫고 마침내 아버지가 바라던 신학교에 합격합니다. 한편으로는 두근거리는 기대에 차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활을 불안해하는 한스의 모습이 마치 처음 중학교에 들어간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친 한스에게 ‘공부 잘해야 한다’는 등 말을 건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 중학교에 갔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을 건네던 친척들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했구요. 재홍이는 학교에 합격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렸을 적처럼 노는 한스의 모습에서, 어렸을 적 자유롭게 놀던 때가 기억난다는 말도 해주었지요.

 

 

  두 번째 이야기 - 학교에 간 한스, 하일너를 만나다.

 

  신학교에 들어간 한스는 하일너라는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공부벌레에 내성적인 한스에 비해 하일너는 예술가 타입에 감성적이고 대담한 친구지요. 그렇게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베프가 됩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는 각자의 ‘베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와는 정말 다른 친구인데, 내가 갖지 못한 친구의 무언가를 동경하면서 혹은 그 친구와 함께 새로운 놀잇거리를 찾아나가면서 베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네요.

 

 

  세 번째 이야기 - 하일너가 떠나고, 한스도 학교를 떠나다

 

  한스의 베프였던 하일너가 교사들에게 반항하다가 학교를 떠나고, 그 뒤 한스도 학교생활에 적응치 못하고 점차 쇠약해지다가 학교를 떠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겪었던 친구와의 헤어짐에 대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하일너를 문제아로 규정짓고 어떻게든 한스와 하일너를 떼어놓으려는 교장 선생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그와 같은 상황에 놓일 때는 어떻게 행동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관점에 의한 것이며, 그것이 내 ‘친구’에 대한 것이라면 ‘나’라는 개인의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연주의 의견이 인상 깊었네요.

 

 

  네 번째 이야기 - 한스가 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삶과 마주치다

 

  마을로 돌아온 한스는 이전까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게 됩니다. 정체 없이 동네를 떠돌아다니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과일 즙을 짜는 일을 해보기도 하고, 공방에서 몸을 쓰는 노동을 하기도 하고, 외지에서 온 아가씨에게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스는 놀랍게도 점점 더 생기를 되찾아 갑니다.

 

  이건 참 이상한 일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이전의 이야기지만, 교육과 진로의 부분에서는 오늘날 우리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지금 한스의 상황은 오늘로 치면 기껏 명문대에 들어간 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퇴학당하고 백수가 되어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거니는 상황입니다. 그저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었던 안정된 길에서 뚝 떨어져버린 상황이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은 ‘쟤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고, 본인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요즘이었던 불안에 빠져 전전긍긍해야 할 상황인데, 한스는 오히려 생기를 되찾아가니까요.

 

  사실 이 부분은 늘 계획된 미래 속에서, 끊임없이 주어지던 의무 속에서, 삶의 아주 제한된 부분들만 따라가던 한스가 잊고 있었던 삶의 조각들,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삶의 경험들에 눈떠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수레바퀴 아래서』가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헤세가 학교 제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우리는 학교가 우리에게 배움을 주는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헤세가 보기에 학교는 오히려 삶의 아주 일부분만을 접하도록 제약하는 곳이고, 그는 오히려 학교 바깥에서 삶의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 한스, 죽다.

 

  헌데 이렇게 막 새로운 삶에 눈떠가던 한스는 공방의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홀로 집으로 가다가 다음날 느닷없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한스는 왜 죽어야 했을까. 작가가 학교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한스의 장례식을 통해여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구요. 한스가 처음으로 한 짝사랑이 깨진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이 또한 다들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한스의 장례식에서, 한스의 아버지와 한스를 교육시켰던 교장 선생, 한스의 이웃인 구두공 플라이크 아저씨 등이 나누는 이야기는 꽤나 의미심장합니다. 한스의 아버지와 교장 선생은 머리도 좋고 전도유망하던 한스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느냐며,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불운의 탓으로 돌려버리지만 플라이크 아저씨는 사실 우리 모두가 한스를 저렇게 만든 게 아닐까 의심하지요. 이 또한 마치 오늘날의 모습 같네요.

 

 

 

  이렇게 첫 번째 책, 『수레바퀴 아래서』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스의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에 처음 입학했던 때, 친구를 사귀고 헤어지던 때 등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누어 보았고, 작가 헤르만 헤세가 학교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고, 이 모든 이야기가 100년 전 이야기임에도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네요.

 

  그럼 이제는 좀 더 우리에게 가까운 시대로 시간을 당겨보려 합니다. 어렸을 적 열등생이었지만 커서 교사가 되었고, 이제는 수십 년의 교직 생활 끝에 황혼기에 접어든 프랑스의 늙은 교사 ‘다니엘 페낙’. 그가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

 

  다음 시간에는 다니엘 페낙의 『학교의 슬픔』을 읽고 만나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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