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투르... 안개 속의 1강 후기>

아랫마을오렌지
2019-08-14 12:41
388

라투르 첫 강의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강의 후기가 올라오지 않는 것에는 사람 수 만큼의 이유가 있겠지요
저의 이유를 말하자면 ‘몰라서’입니다.(당당!)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정말?)
그래도 리포트로 일기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찾아보니.
다행히 ‘인공지능 시대를 보는 이론적 관점들(김환석, 2017) ’이라는 글이 있더군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공개실험은 인공지능 기술이 마침내 인간의 지능에 승리함으로써 향후 인간대신에 인공지능 로봇이 지배할 두려운 미래사회의 시작을 알린 것도(네오러다이즘의 관점), 또는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 수퍼지능을 갖게 될 장밋빛 초인간의 사회가 도래할 수 있음(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을 알린 것도 아니다.
그 이벤트가 의미하는 것은 파스퇴르의 탄저병 백신 공개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험실에서 새로 개발된 기술을 전문가가 일반 대중을 포함한 다양한 인간 행위자들이 지켜보는 공개적 무대 위에서 기술의 효과를 극적으로 시연함으로써 결국 기술과 인간 행위자들을 하나의 이질적 연결망으로 탄생시킨 사건이다. 구글의 알파고는 이를 통해 전세계의 수많은 행위자들을 자신의 연결망에 가입시킬 수 있었다. 이는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단절이 아니라), 행위자-연결망이 더 복잡하고 큰 규모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우리가 배운 ‘번역’을 대입시켜 볼까요
번역1은 ‘거시세계1에서 미시세계’로의 이동입니다.
외부세계의 일부가 실험실로 장소를 이동해서 축소 단순화한 것입니다.
여기서는 현실세계의 바둑대국이라는 것이 거시세계이고, 미시세계는 대국의 메커니즘을 확대 재현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될 IBM의 딥마인드 연구실일 것입니다.
번역2는 미시세계인 연구실에서 이뤄집니다.
딥마인드 연구실에서는 세밀한 번역과정을 통해 답을 알아내야하는데 여기서 인간과 컴퓨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행위자 간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집니다. 실험실에서는 딥러닝 프로그램을 짭니다. 바둑의 매단계에서 승리에 다가가는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에러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모델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연구실에서는 매순간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을 합니다. 모델은 인간이 만들지만, 계산은 컴퓨터가 합니다. 컴퓨터가 없으면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최적화된 모델이 나옵니다.
번역 3은 실험실에서의 성공을 거시세계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이것이겠죠. 인간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성공을 거뒀고 거시세계는 변화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AI는 이 이벤트를 통해 엄청난 파워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환호의 목소리든 우려의 목소리든 모두 그의 파워를 증명합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AI는 전 세계의 지적, 물질적 자본을 빨아들이는 가장 강력한 핵이며, 인류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력한 권력으로 건재합니다.
번역1의 거시세계와 번역 3의 거시세계는 같지만 질적으로 다릅니다. 이 변화는 번역의 체인을 통해서 가능했고, 그 안에 인간/컴퓨터 행위자-연결망이 있었던 것이죠 기술은 이렇게 권력을 획득하고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생각해보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이후 인류는 늘 행위자-연결망 안에서만 존재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학교 수업시간에는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도구적관점/실체적관점/비판적관점으로 배웠었습니다. 도구적 관점은 말 그대로 기술은 도구일 뿐 문화적 도덕적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목적이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스탠스를 취합니다.
실체적관점은 이에 반대해서 기술이 사회에서 고립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기술은 사회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이미 가치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판적관점은 실체적 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극화를 만들어내고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지적으로 단련된 소수의 전문가 그룹과 다수의 보통사람으로요 이들은 기술에 의해서 부자가 되거나 가난해지겠지요.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과학을 이해하고 해석하거나 과학의 변화는 과학 혁명을 통해 이뤄진다는 쿤식으로 설명해왔던 기존의 방법들은 모두 인간이라는 행위자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개코원숭이 사회’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여전히 비인간행위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일반화된 대칭성의 방법론)이 왜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이론으로 환영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비인간행위자들 없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절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라투르 식으로 다시 보는 것은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것에 지위를 준다는 의미가 있을까요?
세계를 더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다는 것일까요?
이런 것을 오늘 알게 되려나요?

댓글 1
  • 2019-08-14 13:19

    제가 기억 나는 용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과 비인간 행위자라는 두가지 이네요. 한주 지나니 가물가물합니다. 사실 비인간 행위자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강좌를 신청하게 된것인데...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강의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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