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인생극장 / 3회> 소탐대실(小貪大失), 멈출 수 없음이 문제다

기린
2019-08-12 17:18
553

공자님도 말씀하셨다. 부귀(富貴)가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빈천(貧賤)은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이것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분투는 마르지 않는 샘 같다. 『사기』에도 그런 인물이 나오는데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이사다. 그는 곳간에 사는 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반면, 뒷간에 사는 쥐는 부리나케 달아나는 것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 하물며 쥐도 저러하거늘 사람이 부귀해짐에 있어서야.

전국(戰國)시대는 천하에 일곱 제후국이 전쟁으로 패권을 다투던 때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진(秦)나라가 두각을 드러냈다. 초나라 시골 출신 이사는 진나라로 들어가 진왕에게 유세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온 천하는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진나라는 통일을 이루기 위한 막바지 힘을 모을 인재가 필요했다. 이사는 출신도 미천하고 관직도 없는 자신에게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1.진시황에게 인정받다

 

 이사는 진왕 앞에서 다음과 같이 유세했다.

 

-지금 천하는 진나라가 상승세를 타고 제후들을 눌러온 지 여섯 대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제후들이 진나라를 두려워해 복종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렇게 약해진 제후국들을 멸망시킬 수 있는 때를 놓치지 말고 서둘러야 합니다.

 

 진나라가 막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한 여섯 제후국은 합종을 통해 진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에 맞서기 위한 계책은 주변 제후국의 제후와 신하들 사이를 이간질해 합종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이사는 제후국의 대신을 매수할 전략을 내세웠다. 진왕은 그의 계략이 그럴 듯하다고 여겨 그를 객경으로 삼았다.

 다른 제후국들도 진나라에 맞설 계략을 꾸몄다. 한(韓)나라의 정국이라는 인물이 진나라로 들어와 논밭에 물을 대는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진왕은 이를 수락했는데, 알고 보니 진나라의 재물을 탕진시키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었음이 발각되고 말았다. 진나라 왕족과 대신들이 왕에게 이렇게 간언했다.

 

-제후국에서 들어와 진나라를 섬기는 빈객들은 대체로 자기 나라의 군주를 위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 자들의 유세는 결국 군주와 신하 사이를 이간시킬 뿐입니다. 이들을 모두 내쫓아야 합니다.

 

 이사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사는 진나라 국경에 이르도록 속수무책이었다. 어떻게 얻는 기회인데 이대로 쫓겨난단 말인가. 이사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절박한 심경으로 붓을 들었다.

 

-효공이 상앙의 변법을 채용하여 풍속을 바꾸자 백성이 번영하고 나라가 부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다스려지고 강성합니다. 상앙은 진나라 출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진나라 사람이 아니면 물리치고 빈객이면 내쫓으려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태산은 흙 한 줌도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고, 하해는 작은 물줄기 하나도 가리지 않으므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왕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아야 자신의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이사의 글을 읽은 진왕은 곧장 빈객을 내쫓으라는 명령을 거두고 이사의 관직을 회복시켰다. 이렇게 진왕의 마음을 얻자 이사에게도 출세의 길이 열렸다. 이십여 년이 흘러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고 진왕은 시황제가 되었다. 통일 후 여러 신하들이 옛 제도를 본받아 다시 제후를 봉해야 한다고 간언했다. 진시황은 승상 이사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이사는 지금까지의 혼란이 땅을 봉해 준 제후들이 일으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왕에게 권력을 집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강력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시황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사에게는 진시황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더할 나위없는 시간이었다. 조고의 음모를 듣기 전까지는.

 

 

 

 

2.부귀를 잃고 싶지 않아

 

 시황제 37년 시황제가 다섯 번째 천하를 순수 하던 중에 사구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황제는 큰아들 부소에게 함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라는 유언을 남겼다. 시황제의 옥쇄를 관리하던 조고는 딴 마음을 먹었다. 막내아들 호해를 꼬드겨 유언의 내용을 바꾸기로 했다. 그러자면 승상인 이사의 협력이 있어야 했다. 조고는 이사를 찾아갔다.

 

-지금 주상이 돌아가신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태자를 정하는 일은 당신과 제 입에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소?

 

 이사는 나라 망치는 말을 그만두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조고는 물러서지 않고 종용했다.

 

-부소가 돌아오면 그를 모시던 몽염 장군도 함께 돌아올 것이오. 그러면 당신은 실각될 것이 뻔하오. 그걸 감당할 수 있겠소? 승상께서 제 말을 받아들이면 승상의 지위를 유지함은 물론 자손도 보존할 것이오.

 

 이사는 지금껏 누렸던 부귀영화를 빼앗긴다는 말에 흔들렸다. 진시황이 세상을 떠난 마당에 자신을 믿어 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이사는 조고의 제안을 수락했다. 시황제의 조서를 꾸며 부소에게 보냈다. 부소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겠다고 조서에 적힌 대로 자결했다. 함양으로 돌아온 이들은 시황제의 죽음을 공표하고 호해를 이세황제로 등극시켰다. 그 후 조고는 이세황제에게 이사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사구의 음모를 아는 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었기 때문이다.

 이사 또한 그것을 알아채고 조고의 단점을 이세황제에게 알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사구에서부터 조고를 믿고 의지한 황제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이사는 모반을 꾀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조고의 계략으로 끔찍한 심문을 당한 이사는 없는 죄를 자백하기에 이르렀다. 이사의 자백을 전해들은 이세황제는 함양의 시장 바닥에서 허리를 자르는 형벌을 내렸다. 그와 함께 삼족이 모두 죽음에 이르렀으니, 승상의 자리와 왕족과 맺은 혼사의 연도 모두 끝이 나고 말았다.

 조고가 황제의 조서를 바꾸자고 했을 때 이사는 그 자리에서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내리쳐야 했다. 그것이 자신을 믿어준 왕에 대한 의리였다. 하지만 이사는 그저 말로만 안 된다고 했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쌓은 부귀 앞에서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조고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부귀를 탐하다가 그 나머지를 모두 잃어버린 형국,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3. 멈출 수 없음이 문제다

 

 어린 시절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집안에 읽을 책이 없는 것이 늘 아쉬웠다. 학교에도 도서관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학급문고라고 교실 뒤편에 꽂힌 책들도 웬만한 것은 다 읽어치운 터였다. 그런 시절 내가 품었던 꿈이 있었다. 나중에 출세하면 고향에 돌아와서 도서관을 세워야지! 어린 마음에도 출세를 하면 도서관 정도는 세울 수 있게 될 거라고 여겼던 것 같다. 꿈이야 늘 변하게 마련이어서 시간이 흘러 다른 꿈을 갖게 되면서 잊고 살았다.

 이사의 인생을 읽으면서 문득 출세를 바라던 그 마음이 떠올랐다. 자신의 처지에서 결핍을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이야 누구나 갖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이사가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이룬 삶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문제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이었다.

 

 

 

 

 대만의 문화 비평가 탕누어는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인간의 경험을 다시 성찰하고 다시 설명하지 않으면, 인간의 진귀한 역사적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양호한 부분을 결국 망각하고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사는 자신의 경험, 즉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 했던 그 경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당장 눈앞의 부귀에 집착하여 자신의 선택이 의미하는 것을 설명할 시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자 감당할 수 없는 곤경이 밀어닥쳤고 그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부귀를 향한 욕망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천하통일이 이룩한 진정한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공자님의 말처럼 사람은 부귀를 원한다. 문제는 부귀만 원하는 것이다. 그러느라 추구해 볼만한 다른 모든 가치를 놓쳐버린다면 소탐대실의 회오리는 언제든 우리 앞에 재현될 것이다. 당장 인구에 회자되는 사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그녀는 끝까지 그 사실을 부인했다. 구체적인 표절이 낱낱이 밝혀지기까지 그녀는 완강했다. 결국 남은 것은 표절작가로 추락한 현실이었다. 최근 다시 집필 소식을 전한 그녀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자신의 대처를 후회하는 심정을 밝혔다. 옛날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그녀가 가야 할 길이 아득해 보였다.

 한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는 소탐대실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고 직접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지금의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현재 사회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현재 그녀는 자신의 주장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 중이다. 그녀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라고 한다.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비행기가 285g, 자동차가 158g인 반면 기차는 14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고향에 갔다가 최신식으로 지어진 도서관에 들렀다. 서가에는 신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열 살 때는 나라의 세금으로 도서관을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다면 장차 출세를 바라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을까? 모를 일이다.

 현재 우리는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기후의 변화를 직접 겪으며 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 행복한 삶이라 예찬한다. 그 욕망을 탐닉하느라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바로 소탐대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어디서부터 멈추어야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글 : 기린

 

게으르니 프로필.jpg

『사기』를 읽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드라마’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믿음으로 한 편, 한 편 상영하는 인간극장!

막이 올랐다.

 

댓글 3
  • 2019-08-15 10:34

    내게 무엇이 큰 것이고, 무엇이 작은 것인가를 먼저 따져볼 줄 알아야겠군요...잘 읽었습니다~ ^^

  • 2019-08-21 09:53

    탐하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이 지나치다면 그보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법! 이라는 뜻으로 읽히기도 하네요. ^^

  • 2019-08-21 14:56

    자녀가 있는 사람과 자녀가 없는 사람 중 누가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가질까, 어디선가 조사를 했다는군요.
    우리의 예상과 달리 조사결과는 자녀가 있는 사람보다 자녀가 없는 사람이 더 관심을 가진다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소탐대실, 내 자식의 눈앞의 안위를 바라는 우리의 탐욕이 그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의 한치 앞도 보지 못하게 한다는 이야기로 들리더군요.
    (근데.. 이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인용을 하고 싶지만 그게 당최 생각이 안나는군요.)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세 번째 영화는 <아들>(2002)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차례 아들 Le Fils | 드라마/미스터리 | 벨기에, 프랑스 | 102분 | 2002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인 ‘인트로’는 그 영화의 첫인상이자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어떤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위로 건조하게 제작자,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 등이 보였다 사라진다. 마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생각나는 ‘인트로’를 보고 있으니 ‘아, 이번 영화도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는 느낌이 팍팍 든다. 다르덴 형제의 이름과 영화의 원어제목 ‘Le Fils’이 사라지면, 카메라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 흔들리는 ‘형상’이 바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했다)의 ‘등’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트로’처럼 영화는 대부분 올리비에의 ‘등과 뒷모습’을 시종일관 따라다닐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르덴 형제는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로 유명하다. 이유는 영화가 배우들의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동선을 구성해보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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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4.14 |
조회 120
우현의 독서가 테크트리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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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2024.04.09 |
조회 180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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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71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두루미 2024.03.26 |
조회 154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청량리 2024.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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